[정동기 낙마] 청문회 도입 10년…1년에 두명꼴 낙마
입력 2011-01-13 00:35
높아진 고위 공직자 문
고위 공직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 제도가 시행된 지 10년 하고도 6개월이 지났다. 2000년 6월 26일 이한동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청문회가 열린 이후 국회 인사청문회 검증과정에서 낙마한 고위 공직자는 12일 사퇴 의사를 밝힌 정동기 감사원장 후보자까지 모두 12명이다. 정 후보자는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이후 8번째로 낙마한 고위 공직자가 됐다.
청문회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지만 임명 직후의 검증 과정을 통해 물러난 고위 공직자도 10명에 이른다. 김병준 교육부총리는 어렵게 청문회를 통과했으나 논문 표절 의혹을 넘어서지 못하고 결국 임명 보름여 만에 낙마했다. 나머지 9명은 2006년 인사청문 대상이 모든 국무위원으로 확대되기 이전까지 5년여 사이에 임명된 이들로, 청문회를 거치지 않았으나 임명 후 문제가 불거져 물러났다. 국회 인사청문회 제도가 시행된 이후 총 22명의 고위 공직자가 탈락한 셈이다(표 참조).
◇낙마 1순위는 ‘부동산 문제’=22명 중 절반인 11명의 후보자가 부동산과 관련된 잡음으로 일할 기회를 잃었다. 특히 부동산 투기가 확인된 후보자들은 대다수가 쓴잔을 들었다. 본인은 물론 가족 중에 부동산 투기로 막대한 시세 차익을 얻은 이가 있다면 일찌감치 고위 공직은 포기하는 게 낫다.
위장전입도 낙마 이유로 많이 거론됐지만 최근 들어선 위장전입만으로는 낙마하지 않는 추세다. 그러나 위장전입에다 또 다른 사유가 추가된다면 고위 공직 진출을 장담하기 어렵다.
지난해 8월 낙마한 2명의 장관 후보자들과 2008년 2월 이명박 정부 첫 조각 당시 포함됐던 3명의 장관 후보들은 부동산 투기를 제대로 해명하지 못해 줄줄이 사퇴했다. 2002년 7∼8월 걸쳐 청문회에 나섰던 2명의 국무총리 후보자들을 가로막고 선 것도 결국 부동산 문제였다.
◇‘코드 인사’ ‘코드 발언’ 조심해야=참여정부 당시인 2003년 9월 청문회에서 낙마한 윤성식 감사원장 후보자는 ‘코드 인사’라는 야당의 집요한 공격으로 중도 하차했다. 2006년 11월 헌법재판소장으로 지명됐던 전효숙 후보자 역시 친노(親盧) 인사로 분류되면서 야당이 임명 절차의 위법성을 문제 삼았고, 결국 대통령이 지명을 철회했다. 정동기 감사원장 후보자 역시 청와대 민정수석을 지낸 경력으로 인해 코드 인사라는 지적을 받았다.
최고 권력자에 아부하는 듯한 ‘코드 발언’도 사퇴 이유가 된다. 국민의정부 시절 안동수 법무부 장관은 취임사에 ‘대통령에 대한 충성’과 ‘정권재창출을 위한 노력’ 등의 내용을 담았다가 낙마했고, 참여정부 시절 최낙정 해양수산부 장관은 “대통령은 태풍이 왔을 때 오페라 보면 안 되나”라는 발언을 했다가 대국민 사과까지 한 뒤 물러났다.
◇말 바꾸기와 논문 표절도 낙마 요인=지난해 8월 국무총리에 지명됐던 김태호 후보자가 자진사퇴한 결정적 원인은 말 바꾸기였다. 2009년 7월 청문회 직후 사퇴한 천성관 검찰총장 후보자도 거짓 답변 문제가 불거지면서 버티지 못했다. 김병준 교육부총리와 송자 교육부 장관의 경우는 논문 표절 의혹이 영향을 미쳤다. 교육부 수장이라는 자리와 논문 표절이 양립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이기준 교육부총리는 자녀의 부정 특례입학 의혹이 불거져 임명 닷새 만에 사퇴했다.
정승훈 기자 shj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