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기 낙마] ‘7개월에 7억’ 발목… 청문회 전 낙마 첫 사례

입력 2011-01-12 22:03

지명에서 사퇴까지

10일 퇴근길. “조금 더 생각해보겠다.” 11일 퇴근길. “하룻밤 더 생각해 보겠다.” 12일 오전 11시. “사퇴하기로 결정했다.”



지난 10일 오전 한나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정동기 불가론’이 나온 뒤 정치권과 언론은 정동기 감사원장 후보자의 사퇴를 기정사실화했지만, 그는 이틀을 더 고심하다가 12일에야 사퇴를 공식 발표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감사원장으로 지명한 지 12일 만이다.

지난달 31일 부분 개각에서 정 후보자가 감사원장 후보자로 내정되자마자 독립성이 중요한 감사원장 자리에 청와대 민정수석 출신을 임명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여론이 들끓었다. 지난 5일 정 후보자의 임명동의안이 국회에 제출된 후에는 법무법인 바른에서 받은 고액급여가 논란이 됐다. 7개월 근무 기간에 7억여원을 받은 것은 전형적인 전관예우에 해당한다는 비판에 휩싸인 것이다. 정 후보자 측은 “법조계 관행상 정당한 대우였고, 세금도 다 냈다”고 해명했지만, 국민정서상 받아들이기 어려운 액수였다.

그리고 10일 한나라당에서 터져나온 자진 사퇴 요구는 정 후보자를 벼랑 끝으로 내몰았다. 대통령이 임명한 공직 후보자, 더구나 청문회도 거치지 않은 후보자를 향해 여당이 사퇴를 요구한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이후 정 후보자 사퇴 문제는 개인의 비리 문제를 넘어 청와대와 한나라당 사이의 파워게임 양상으로 변했다. 여당마저 사퇴를 요구하는 마당에 정 후보자가 결정을 미루는 것을 두고 청와대가 한나라당에 밀리지 않기 위해 시간을 끄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정 후보자는 결국 스스로 물러나는 길을 택했다. 감사원장 후보자가 청문회 전에 낙마한 경우는 처음이다.

김남중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