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명숙 “귀에서 사이렌 소리”…재판 관계자들 파김치

입력 2011-01-13 00:41


“귀에서 사이렌 소리가 들릴 정도입니다. 너무 힘듭니다. 내일 모레 계속 일정이 있는데 거의 아픈 수준입니다. 피고인 일정도 생각해 주십시오.”(11일 오후 11시30분 서울중앙지법 510호 법정에서 피고인으로 출석한 한명숙 전 총리가 재판장에게)

“왜 변죽만 울립니까.”(12일 오전 2시 변호인이 증인에게 언제 검찰 조사를 받았느냐를 따져 묻자 검사가 변호인에게)

“검찰이 하는 것은 ‘또박또박’이고 변호인이 하면 ‘미주알고주알’인가요.”(변호인이 검사에게)

한 전 총리의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 재판이 벌어진 형사법정의 모습이다. 검찰과 변호인의 공방은 자정을 넘겨 진행됐고, 재판은 오전 3시에야 마무리됐다. 재판이 검찰과 변호인 간 과열된 신경전으로 흐르면서 연일 ‘밤샘 마라톤 재판’이 되고 있는 것이다. 11일 오전 10시에 시작된 4차 재판은 장장 17시간 동안 이어져 지난 4일 3차 재판 진행시간 12시간30분을 가볍게 넘어섰다. 17시간의 재판시간은 2007년 12월 외환카드 주가조작 관련 재판이 존 그레이켄 론스타 회장의 통역 및 출국 문제 등으로 18시간 진행됐던 것을 제외하고는 가장 길다.

재판이 엿가락처럼 늘어지는 이유는 증거 채택 여부 등 절차적인 문제를 놓고 검찰과 변호인 측이 사사건건 부딪치기 때문이다. 11일에도 증인들의 대질신문과 주신문 순서를 어떻게 정할 것인지를 놓고 검찰과 변호인 등이 상당 시간 다툼을 벌였다.

혐의를 입증해야 하는 검찰과 반박하는 변호인의 신경전은 형사재판의 특성상 불가피하다. 그러나 서로 물러서지 않겠다는 감정싸움 양상으로 흐르는 게 문제다. 지난해 한 전 총리의 뇌물수수 1심 재판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검찰로서는 이번 사건에 조직의 사활을 건 분위기도 감지된다.

한 전 총리를 기소한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는 이 때문에 재판에 직접 참여하는 ‘공판부가 됐다’는 우스갯소리도 나온다. 이런 탓에 법원 관계자 사이에선 앞으로도 한 전 총리 재판은 다음 날 새벽까지 넘어가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재판부인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우진) 역시 연일 늘어지는 재판으로 피로도가 극에 달했다. 증인들이 법정에서 진술을 180도 뒤집고, 증인 간 진술이 엇갈리면서 사건 파악에 어려움을 겪는 것은 물론 다음 날 다른 재판 준비와 판결문 작성에도 애를 먹고 있다고 한다. 피고인인 한 전 총리 역시 새벽까지 이어지는 재판일정에 피로를 호소하고 있다.

검찰은 핵심 증인인 한만호 전 한신건영 대표 진술의 일관성이 무너졌다고 판단하고 한씨를 위증 혐의로 추가 기소할 방침이다. 검찰 관계자는 “한씨의 두 번째 진술 번복으로 위증은 이미 입증됐다”며 “한씨의 위증 동기와 배경, 누가 도와줬는지를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안의근 노석조 기자 pr4pp@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