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바집 비리 일파만파] 趙청장 ‘자진신고’ 내용공개… 경찰간부 41명, 유씨 접촉 시인
입력 2011-01-12 18:33
조현오 경찰청장은 12일 기자간담회에서 “총경 이상 간부 560여명으로부터 자진신고를 받은 결과 41명이 ‘함바집’(건설현장 식당) 브로커 유모(65)씨와 접촉한 사실을 시인했다”고 밝혔다.
대다수는 강희락 전 경찰청장의 지시로 유씨와 만난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조 청장은 “41명의 자진신고 내용을 보면 대다수가 유씨의 청탁을 거절했으며, 형사입건 대상이거나 징계할 만한 사람은 한 명도 없다”고 말했다.
경찰에 따르면 41명 가운데 유씨로부터 물품을 받은 경우는 2명이다. 한 간부는 유씨가 부탁한 사람과의 면담을 주선했지만 성사되지 않았음에도 와인을 받았다고 신고했고, 다른 간부는 만남 주선을 거부한 뒤 배송돼 온 홍어를 받았다고 고백했다. 조 청장은 홍어나 와인을 받은 것에 대해 “관행적으로 징계를 안 해온 사안”이라고 말했다.
면담을 주선해 준 뒤 유씨가 놓고 간 금품을 돌려준 간부도 있었고, 청탁을 거부했는데도 택배로 물품을 보내와 뜯지 않은 채 돌려보낸 사례도 나왔다.
41명 가운데 35명은 강 전 청장의 지시로 유씨를 만났고, 1명은 김병철 울산지방경찰청장, 나머지 5명은 이길범 전 해양경찰청장과 박기륜 전 경기경찰청 2차장 등 전직 고위급의 전화를 받고 유씨와 접촉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 청장은 “경찰청장의 지시에 따라 유씨를 만나 사람을 소개해 줬다는 것 자체가 큰 비리로 비춰지면 안 된다”며 “신고 내용의 사실 여부를 확인해 더 이상 밝혀내지 못하면 최대한 선처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조 청장은 “자진신고하지 않은 사람이 검찰 조사 등으로 비리에 연루된 사실이 드러날 경우엔 최대한 엄정하게 처벌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 청장은 전국 경찰지휘부 회의에서 “함바집 비리 사건으로 국민께 큰 실망과 심려를 끼친 데 대해 깊이 사죄한다”고 말했다.
천지우 기자 mogu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