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바집 비리 일파만파] 허남식도 정두언도 “소개받고 만났다”… 유씨 뒤에 더 큰 거물있나
입력 2011-01-12 18:33
‘함바집’(건설현장 식당) 비리의 핵심 인물인 함바집 운영권 브로커 유모(65·구속)씨와 만난 적이 있다는 정·관계 유력인사가 계속 늘어나고 있다. 이들은 한결같이 “다른 사람의 소개로 유씨를 만났으며 청탁은 없었다”고 진술했다. 이에 따라 유씨의 배후에 정·관계 인사를 움직일 수 있는 거물급 인사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증폭됐다. 이 거물급 인사는 같은 사람이 아니라 여러 사람일 수 있다는 추측까지 나왔다.
허남식 부산광역시장은 “지인의 소개로 유씨를 두세 차례 만난 적이 있다”면서 “그 지인도 프라이버시가 있으니까 누구인지는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지인이 부산경찰청장을 지냈던 강희락 전 경찰청장이냐고 묻자 “강 전 청장은 절대 아니다”라고 답했다.
정두언 한나라당 최고위원은 “2003년 서울시 정무부시장 시절 도저히 거부할 수 없는 사람의 부탁으로 유씨를 만난 적이 있다”면서 “브로커라는 느낌이 너무 강하게 들어 다시는 보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들의 말은 유씨를 소개한 인물이 서울시 부시장이나 부산시장보다 막강한 권한을 가졌거나 당사자와 상당한 친분이 있는 사람이었음을 암시하지만 누구인지 특정할 단서는 아직 없다. 물론 권력자가 아닌 ‘정말 친한’ 사이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강 전 청장이 유씨에게 휘둘린 이유도 불투명하다. 비리 연루 의혹이 제기된 직후 강 전 청장은 “유씨를 지인으로부터 소개받았다”고 설명했지만 그 지인의 정체는 여전히 베일에 가려 있다.
특히 강 전 청장은 유씨를 ‘형님’이라고 불렀던 것으로 전해졌다. 유씨는 강 전 청장의 집무실을 제집처럼 드나든 것으로 알려졌다. 강 전 청장이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이 소개시켜 줬기 때문에 유씨와의 관계가 급속도로 가까워졌던 것으로 추정된다.
강 전 청장은 경찰 고위 간부들에게 유씨를 소개시켜 주기도 했다. 소개받은 사람을 다른 사람에게 또 소개시켜 주는 일까지 맡은 것이다.
배후의 인물은 과연 한 사람일까.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12일 “유씨는 수백억에 달하는 재력만큼 상당한 인맥으로 건설업자들을 좌지우지했지만 배후의 실체는 누구도 정확히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