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기 낙마] “반란 일단 성공”… 기선 잡은 여당 힘 실린다
입력 2011-01-12 22:06
정동기 감사원장 후보자가 12일 자진사퇴함에 따라 청와대와 한나라당이 대통령 인사권을 놓고 맞붙었던 당·청 충돌이 일단 해결됐다.
청와대와 한나라당 내부에서는 “당·청이 힘을 합쳐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이명박 대통령은 여전히 당·청 갈등과 이후 국정운영 방향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그러나 외견상으로는 한나라당의 ‘거사’가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향후 인사와 주요 현안 논의에서 한나라당의 의견이 반영되는 방향으로 권력의 중심축이 점차 이동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특히 청와대로서는 2월 임시국회 운영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 처리 등 주요 정치 현안과 관련해 당의 의견을 수렴할 필요성이 커졌다.
한나라당 일각에서 제기됐던 청와대 참모진 책임론도 수면 밑으로 가라앉을 전망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임태희 대통령실장 및 청와대 수석들과 청와대 구내식당에서 점심을 함께했다. 이 대통령은 식사 후 청와대 비서동인 위민관에 있는 임 실장 방을 찾아 임 실장 및 정진석 정무수석, 홍상표 홍보수석 등과 얘기를 나눴다. 이 대통령이 참모들과 식사 후에 다시 임 실장 방을 찾은 것은 이례적이다. 이를 이 대통령이 ‘정동기 사태’에도 불구하고 현 청와대 참모진을 재신임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해석하는 시각이 많다.
홍 수석은 ‘참모진이 이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명한 적이 있느냐’라는 질문에 “제가 알거나 확인한 바 없다”고 답했다. ‘참모들 간에 책임론이 나오지 않았는가’라고 묻자 “설명하기 곤란하다”고 말했다. 여권 고위 인사는 청와대 참모진 책임론과 관련, “임 실장 체제가 바뀔 가능성은 별로 없어 보인다. 임명 6개월 만에 참모진을 교체하는 것은 이 대통령의 스타일도 아니다”면서 “교체할 경우 정국이 너무 크게 흔들리게 된다”고 말했다.
따라서 현재로선 이 대통령은 기존의 국정운영 노선을 고수하면서 한나라당의 주장을 배려하는 일종의 보완책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번 일을 당·정·청 소통을 강화하고 긴밀히 협력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며 “이 대통령의 국정운영 방침이 달라질 것으로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문제가 있는 부분은 보완하겠지만, 경제와 안보라는 두 축을 중심으로 국정 운영에 매진한다는 기본 틀은 흔들지 않겠다는 의미다.
그러나 ‘12·31 개각’을 통해 친정체제를 구축, 집권 4년차 국정운영에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겠다는 청와대의 구상은 이미 상당한 상처를 입었다. 오히려 조기 레임덕 확산을 막아야 할 상황에 처했다는 말까지 들린다. 현재 청와대는 제2의 당·청 갈등을 예방하기 위한 시스템 개선도 검토 중이라고 한다. 부정기적으로 진행되던 이 대통령과 안상수 대표의 회동을 정례화하는 방안 등이 논의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어쨌든 올해 당·청 관계에서 기선을 잡은 한나라당으로서는 ‘국민 여론을 반영하는 여당’ 이미지를 강화하는 쪽으로 움직일 것으로 전망된다. 수도권 친이계 핵심 의원은 “수도권 30, 40대의 마음을 얻기 위한 일들을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개헌, 복지, 감세 정책 등을 놓고 내부 논쟁이 커지는 한편 경우에 따라 청와대와의 격한 갈등도 불가피해 보인다. 또 오는 4월 재·보선 결과에 따라 안 대표를 비롯한 현 지도부 재신임 문제가 현안으로 등장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
남도영 한장희 기자 dy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