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기 낙마] 어깨 활짝 편 한나라… 안상수 ‘득 半·실 半’

입력 2011-01-12 22:06


정동기 감사원장 후보자가 12일 사퇴하면서 한나라당은 향후 당·청 관계에서 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한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청와대에 일방적으로 끌려다니던 당 지도부가 가장 민감할 수 있는 인사 문제에서 한목소리로 민심을 대변한 셈이기 때문이다. 서병수 최고위원은 “당이 국민의 소리를 듣고 청와대가 잘못된 길로 가고 있는 것을 견제해 올바른 길로 가게 했다는 점을 어느 정도 국민들이 인정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다른 핵심 당직자도 “국민의 반응을 보니 잘했다는 얘기가 많다”면서 “집권 여당이 민심에 취약했던 부분을 어느 정도 만회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번 사태를 주도한 안상수 대표도 일단 리더십 회복의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수도권 초선 의원은 “더 이상 ‘청와대 로봇’이 아님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안 대표를 다시 평가하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심지어 “안 대표가 한 일 중에 가장 잘했다”는 얘기도 있다. 그동안 ‘보온병’ ‘자연산’ 발언 등으로 추락했던 당 대표로서의 위상을 다소 회복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안 대표가 서둘러 인사 책임자에 대한 문책은 없다고 밝히는 등 이후 수습 과정에서 보여준 모습 때문에 향후 당·청 관계에서 과연 뚝심있게 제 목소리를 낼 수 있겠느냐는 반응도 적지 않다. 지지세력 등 당내 기반을 마련해야 하는데 현재 안 대표의 태도를 봤을 때 임태희 대통령 실장의 책임론까지 제기하는 수도권 소장파의 지지를 받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또 이번 사안을 주도하는 과정에서 절차상의 문제를 야기하며 당·청 갈등을 불러일으킨 점 때문에 이명박 대통령은 물론 친이명박계 의원들의 신뢰를 다소 잃었다는 점도 안 대표에게는 부담스러운 대목이다.

김나래 기자 nar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