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부터 주 5일제 전면시행… 교회들 ‘성도 붙잡기’ 대안은
입력 2011-01-12 18:21
올 하반기부터 소규모 사업장에도 ‘주5일 근무제’가 시행되면서 기독교계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물론 몇 년 전부터 주5일 근무제와 초·중·고교의 토요휴업제(놀토)에 적응해오긴 했지만 전면적 시행을 앞두고 변화를 시도하거나 모색하는 교회가 늘고 있다. 무엇보다 성도들의 입장에서 함께 고민하면서 주말 프로그램을 강화하는 교회들이 눈길을 끈다.
서울 창신1동 초원교회는 하루 늘어난 여가시간을 사회봉사활동으로 승화시키는 데 집중하고 있다. 교회 근처 외국인노동자들을 주말에 교회로 초청해 한글과 성경을 가르치고 있다. 성도들은 이 시간에 자원봉사자로 참여한다.
대구열방교회는 장년, 청년, 학생들이 아동부 부흥을 위해 헌신하는 목자훈련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목자(교사)들은 주중 전화심방과 방문심방을 하는 한편, 토요일에는 기악, 워십, 종이접기, 풍선아트 등을 통해 지역 저소득층 가정의 어린이들을 섬기고 전도한다.
경기도 김포 하나로교회는 축구 족구 탁구 등산 헬스 당구 등 10여개 동아리를 조직, 성도들이 주말에 교회에서 다양한 취미활동을 즐기도록 하고 있다. 분당제일교회는 미술반, 탁구교실, 족구교실, 등산부 등을 운영하며 지역복음화로 연결시키고 있다. 교회 밖 야외 놀이터에 탁구대와 커피 자판기를 설치, 이웃 주민들에게 건강과 행복을 제공하는 쉼터로도 각인되고 있다.
아예 전원교회로 변신을 시도한 교회도 있다. 경기도 광주시 새빛전원교회의 경우 본래 서울 개포동에서 출발했으나 ‘선견지명’을 발휘해 1995년 일찌감치 교회를 시골로 옮겼다. 갈수록 여가와 휴식을 요구하는 현대인의 추세에 발맞추기 위한 결단이었다.
부설 수양관과 기도관 형식으로 전원교회를 운영하는 사례도 많다. 사랑의교회 영락교회 광림교회 성광교회 초동교회 소망교회 등은 수양관이나 기도원에서 특색 있는 활동을 하면서 예배를 드리도록 하고 있다. 경기도 남양주시 사능교회는 교회 옆에 ‘들꽃과 허브’라는 수목원을 만들어 활용하고 있다.
일부 교회는 금요일이나 토요일 예배를 신설해 교계에 새 도전을 주고 있다.
서울 구로동 갈릴리교회는 주일 1부 예배를 토요일 오전 5시30분으로 옮겼다. 또 매월 마지막 주 토요일 새벽에는 가족과 함께하는 예배를 드리고 있다. 경기도 용인 수지 지구촌교회도 토요일 저녁에 주일 1부 예배를 옮겨와 열린 예배로 드리고 있다.
갈릴리교회 관계자는 “주5일 근무제 도입으로 부득이하게 주일예배를 드릴 수 없는 성도들이 주로 참석하고 있으며 반응도 좋다”고 말했다.
주5일 근무제는 가정 사역에 있어서는 기회로 여겨지고 있다. 금요일 저녁부터 연휴가 시작되기 때문에 부부 세미나, 아버지 학교, 어머니 학교, 청소년 캠프, 가족 캠프 등을 1박 2일로 알차게 운영하기에 좋은 것이다.
사실 주5일 근무제가 시작될 때 목회자들은 크게 우려했다. 주5일 근무제가 여가산업과 놀이문화를 발전시켜 결과적으로 그것이 복음 전도의 걸림돌이 되고 교인들이 주일 성수를 소홀히 하게 될 것이라는 걱정에서였다. 하지만 교회성장이 정체되고 교회 분위기가 침체되는 요즘 주5일 근무제가 오히려 교회에 활기를 불어넣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주5일 근무제가 변화되지 않고 노력하지 않는 교회에는 위기로 느껴지겠지만, 변화된 상황에 적절하게 대처하기 위해 노력하는 교회에는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조성돈 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이제 교회는 교인들에게 진정한 의미의 안식을 주어야 한다”는 목회적 대안을 제시했다. 조 교수는 “이 안식은 육체적 쉼과 함께 삶의 의미를 돌아볼 수 있는 정신적 쉼이며 동시에 창조주 되시며 구원자 되시는 하나님을 기억하여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고백으로 나타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종전 대한신학대학원대학교 교수는 “획일적인 대안을 찾기보다는 성도 스스로 자신의 삶을 보람되고 성숙한 모습으로 만들어 갈 수 있도록 돕는 것이 교회가 할 일”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다양한 프로그램이 성도를 교회에 붙잡는 데 반드시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다. 안창천 우리가하나되는교회 목사는 “한국교회를 보면 주5일 근무와 관계없이 잘 모이는 교회는 잘 모이고 안 모이는 교회는 안 모인다”며 “교회는 말씀과 예배를 통해 영혼의 갈급함을 채우는 근본적인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점옥 목사는 “우리는 주일문화를 창조해야 한다. 교회에 한동안 묶어 둔다고 거룩해지는 것이 아닐 것”이라며 “성도들이 주일예배와 선데이 문화의 혼합이 되지 않도록 교회 안과 밖의 주일 전체에 대한 실질적인 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유영대 기자 ydy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