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이츠 국방장관 “북, 美본토 위협” 발언… 北의 핵무기·ICBM 동시개발 가능성 재평가
입력 2011-01-12 21:26
로버트 게이츠 미국 국방장관이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능력을 거론하며 “미국에 대한 직접적 위협”이라고 언급한 데 대해 미국 언론의 분석들이 나오고 있다. 북한 핵무기에 대한 미국의 정책 변화 가능성도 예상됐다.
◇발언 이유는=게이츠 장관은 11일 베이징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북한이 5년 내에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개발해 미국 대륙을 직접 타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의 미사일 개발능력에 대한 정보기관들의 새로운 평가를 반영한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이런 평가가 가장 최근의 것인지는 확실치 않다.
뉴욕타임스(NYT)는 게이츠 장관이 중앙정보국(CIA) 국장 출신임을 강조하며, 미 정부가 그동안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 속도를 너무 저평가해 왔다는 우려를 담은 것이라고 전했다. 그가 중국 공식방문 중 이같이 언급한 것 자체가 상당한 비중이 있다. 그의 언급은 북한 문제가 한반도나 동북아시아 현안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 안보에 있어 핵심 이슈화될 것임을 내비친 것이다.
게이츠 장관은 북한이 상대적으로 짧은 시간 내에 핵무기와 ICBM을 동시 개발하려는 걸 우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에 대한 직접 위협이 예상보다 빨라지고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NYT는 그의 발언이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 면담 뒤 1시간 만에 나온 것임을 상기시켰다. 따라서 그가 중국 측에 북한 핵·미사일에 대한 미국의 우려를 좀 더 확신시켜 대북 설득에 나서도록 압박하려는 것일 수도 있다고 풀이했다.
◇미국 정책 변화 가능성도=이번 북한의 직접적 미 본토 위협론으로 그동안 비핵확산에 치중하던 미국의 북핵 전략이 본토 방어 쪽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분석도 나왔다.
NYT는 “북한을 새롭게 평가하는 건 버락 오바마 행정부 대북 정책의 중대 변화를 의미한다”고 판단했다. 지금까지는 북한이 이란이나 제3국에 탄도미사일이나 핵무기를 판매하는 걸 우려해 왔으나, 앞으로는 북한 ICBM을 방어하는 요격미사일을 알래스카주 포트그릴리 군사기지에 배치하는 등 대응 움직임을 강화할 것으로 예측했다. 특히 동북아에서 미국이 추진 중인 미사일방어(MD)망 구축에 좀 더 힘을 실을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포스트(WP)는 “지난 몇 주간 미 당국자들이 북한에 대화 재개를 위한 구체적인 조치를 요구해 왔지만, 게이츠 장관의 발언(북한의 미사일·핵실험 중단 요구)은 가장 구체적인 것”이라고 평가했다.
워싱턴=김명호 특파원 m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