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뷰’ 도입시 미디어시장은… 지상파 多채널 ‘날개’, 광고 쏠림땐 시장 불균형 심화
입력 2011-01-12 17:37
‘코리아뷰(Korea View)’가 도입되면 미디어 시장에 격랑이 일 수밖에 없다. 올해 하반기 종합편성채널의 시장 진입에 이은 또 다른 충격파가 될 전망이다. KBS MBC SBS 등 지상파 방송사들은 현재 지상파를 통해, 이들 지상파의 계열사들은 케이블망을 통해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코리아뷰가 도입되면 현재 케이블망으로 제공되는 지상파 계열사들의 ‘킬러 콘텐츠’들이 지상파인 코리아뷰로 들어와 지상파 방송사들은 여러 채널을 제공하는 플랫폼 사업자로 거듭나게 된다.
◇지상파 독과점 심화되나=코리아뷰는 케이블 채널의 성장과 종편 채널의 출범으로 입지가 좁아지고 있는 지상파 방송사들로서는 영향력을 확대할 기회다. 무료 지상파 채널을 사용하기 때문에 똑같은 프로그램이라도 시청률이 상승할 가능성이 높고 그에 따라 광고시장에 미치는 영향도 적지 않을 전망이다. 코바코(한국방송광고공사) 관계자는 “지상파 계열사 채널들이 케이블 채널에서 지상파로 위치를 옮기면, 광고가 그쪽으로 쏠릴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4개의 종편 채널에 의한 광고 잠식에 이어 지상파로의 광고 쏠림현상까지 겹칠 경우 미디어 시장의 불균형은 더욱 심화될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케이블 업체들도 코리아뷰 도입은 미디어 시장의 형평성을 무너뜨릴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임종수 세종대 교수는 “시청자들에게 무료 다채널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지만 지상파 방송사들이 코리아뷰를 추진하는 배경에는 아날로그 시대에 누려온 지위를 디지털 시대에도 그대로 이어가려는 생존전략으로 이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국내 미디어 환경에 맞는 구상인가=지상파 방송사들은 정보 격차 해소와 사회복지 차원에서 ‘코리아뷰’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지상파 방송사들의 모임인 한국방송협회의 김윤택 정책실장은 “케이블, 위성방송에 미가입된 시청자가 370만 가구(20%)에 이른다. 재정적 부담과 주거 환경으로 인해 유료 채널을 이용하지 못하는 이들에게 채널 접근권을 보장하기 위해 다채널 서비스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코리아뷰의 취지에 공감하면서도 한국의 미디어 환경에서 코리아뷰가 효과가 있을지 의문을 제기하는 의견도 있다. MMS(다채널 서비스) 도입을 찬성하는 김재영 충남대 교수는 “늘어난 채널을 운용해야 하는데, 지금도 방송사들은 콘텐츠가 부족해 낮과 심야시간에는 재방송을 틀고 있다. 상황이 이런데도 콘텐츠 문제에 대한 고민 없이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코리아뷰를 추진하는 것은 성급하다”고 지적했다.
공영방송이 정치적 독립성을 확보하지 못한 상태에서 채널만 늘리는 것에 대한 회의도 있다. 한동섭 한양대 교수는 “공영방송인 KBS는 정치적 독립성이 중요하다. 코리아뷰를 도입하겠다면 상업성이나 정치적 불공정 논란에서부터 먼저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채널을 1개의 고화질인 HD채널과 3개의 SD(표준화질)채널로 쪼개는 방식은 디지털 전환 취지와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왔다. 강형철 숙명여대 교수는 “케이블이 HD채널로 가는 추세에서 지상파가 SD채널 중심으로 제공하면, 결국 서민은 저화질, 돈 있는 사람은 고화질을 보는 식으로 극단화된다”고 지적했다.
◇코리아뷰 어떻게 될까=방송통신위원회는 아직 코리아뷰 실험방송을 허가하지 않고 있다. 상반기에 MMS 자체를 도입할지 여부를 결정한 후에야 코리아뷰를 허용할지 여부를 검토할 것이란 입장이다. 방통위 관계자는 “지상파다채널 무료방송과 유료방송시장 간 이해관계도 복잡한 상황이다. 국내 방송국의 종합적 환경을 모두 고려해야 판단할 사안이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코리아뷰는 지난 9월 수도권 500가구 대상으로 실험방송을 하려했으나 사업이 더 이상 진척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시범방송, 본방송을 개시하려던 향후 일정도 줄줄이 차질을 빚게 됐다. 고희일 KBS 코리아뷰 추진단장은 “연말과 연초에 방통위에 시급하다며 우리 쪽 입장을 전달하고 있고 적극적으로 검토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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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희 기자, 정부경 인턴기자 su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