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겉모양은 일본 기업을 앞서지만…”
입력 2011-01-12 17:44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11일 일본 출장길에 “겉모양은 삼성전자가 일본 기업을 앞서지만 속의 부품은 아직까지 (일본을) 따라가려면 많은 시간과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매출 150조원을 돌파하고 세계 전자업계 1위를 달성했지만 긴장을 늦추지 않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당연한 지적이다. 지난해 일본 경제산업성이 한국 관련 산업·무역정책을 전담할 ‘한국실’을 설치하는 등 금융위기 이후 일본 내에서 ‘한국을 배우자’는 목소리가 일고 있다. 하지만 우쭐할 일은 아니다. 그것은 어디까지나 더 이상 한국세(勢)에 밀리지 않겠다는 일본의 의지 표현이기 때문이다.
한국과 일본의 경제 격차, 기술 격차는 조금씩 좁혀지고는 있지만 비단 이 회장의 지적이 아니더라도 일본은 여전히 압도적인 우위를 차지하고 있다. 예컨대 2000년 이후 지난해 8월까지 우리나라 부품·소재산업의 대일 누적 무역적자는 1711억 달러로 같은 기간 전체 산업의 대일 무역적자 2441억 달러의 74%나 된다.
부품·소재의 일본의존성은 여전하다. 한국 기업들이 완제품 조립에 강세를 보이면서도 그 바탕이 되고 있는 분야에서는 한참이나 뒤진 탓이다. 부품·소재의 일본의존율은 2000년대에 들어와 줄어드는 추세이나 지난해의 경우 25.2%로 필요한 부품·소재 4개 중 1개를 일본에 기대고 있다.
한국은 원천 기술을 비롯해 관련 기술개발에 힘써야 한다. 특허청의 ‘2010년 지식재산백서’에 따르면 2009년 한국의 국제특허출원은 8066건으로 미국 일본 독일에 이어 상위권을 차지했다. 하지만 미국 4만5790건, 일본 2만9827건에 비하면 각각 6분의 1, 4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게다가 한국은 만성적인 기술무역수지 적자국이다. 지난해 적자 규모는 50억 달러에 육박했다. 문제는 적자 규모가 해마다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그만큼 가야 할 길은 아직 멀고 험하다. 단기간 내에 조립기술 및 완제품 생산능력을 키워온 한국이 명실 공히 선진국으로 도약하자면 부족함을 채우는 일에 더욱 매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