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北은 핵미사일 개발, 우리 軍은 행정에 갇혀
입력 2011-01-12 17:46
로버트 게이츠 미 국방장관이 11일 북한이 5년 안에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로 알래스카와 미 서부해안을 핵공격할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이 핵탄두 경량화 기술을 곧 해결할 것으로 본 것이다. 같은 날 미 정부 고위 당국자는 6자회담 재개 조건으로 북한의 핵개발 중단과 함께 미사일 발사실험 중단을 추가했다. 실용화를 앞둔 북한 핵탄두가 미국 본토만 겨냥하는 것은 아닐 터이다. 한국과 일본도 핵미사일 위협에 놓인다.
게이츠 장관이 중국을 방문한 날 중국군은 차세대 스텔스 전투기 젠(殲)-20의 시험비행을 했다. 그뿐 아니라 우주비행기 개발이 진척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지난해에는 미 항공모함을 겨냥한 대함탄도미사일을 배치했다. 게이츠 장관이 젠-20 시험비행을 자신의 방문일정에 맞춘 것이냐고 물었으나 후진타오 주석이 시험비행 사실을 몰랐다고 대답했다. 이로 미뤄 중국군에 대한 문민통제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는 것 같다는 미 월스트리트 저널 보도는 되새길 만하다.
중국의 군사력 강화는 대만과 대만에 무기를 판매하는 미국을 겨냥하지만 실제로는 동북아와 동남아, 나아가 서태평양까지 군사작전 범위에 두겠다는 뜻이다. 이에 따라 중국과 해상 영토 갈등을 빚고 있는 일본은 중국을 ‘핵심적 안보 도전’으로 규정하고 경계심을 높이고 있다. 북한 유사사태 대비 외에 해상 영토와 해상운송로를 보호해야 한다는 명분으로 자위대가 군사력을 증강할 것임은 물론이다.
이런 주변 정세 속에서 한국군은 무기 현대화 등 군사력 증강은 고사하고 제도개혁이라는 행정적 과제에 매달려 있는 게 현실이다. 군은 지난해 북한의 천안함과 연평도 도발로 6·25전쟁 이래의 군사적 위협에 직면해 있으나 최근 벌어지는 일들을 보면 전투형 군대로 거듭나는 일은 요원해 보인다. 합동군을 한다면서 군종(軍種)간 벽에 갇혀 자리싸움이나 벌이는가 하면 장교 임관식을 군합동성과 연결짓는 발상이 한가롭다. 군사 관료주의가 지배하는 행정군(行政軍)이 급변한 군사환경에 제대로 대응할 수 있을지 걱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