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스타선수 없고, 주전 5명 부상 신음에도… 선두 KT ‘전창진의 힘’

입력 2011-01-12 21:57

프로농구 부산 KT는 걸출한 선수가 없다. 더욱이 주전 중 무려 5명이 부상에 신음하고 있다. 하지만 2라운드 이후 내내 선두를 달리고 있다. KT 선전의 중심에는 전창진(48) 감독이 있다.

전 감독은 원주 동부에서 지난 시즌부터 KT 감독을 맡았다. 동부에서만 챔피언결정전 우승 3회를 차지할 정도로 명장 소리를 들었던 전 감독이 당시 꼴찌였던 KT 감독으로 이적한다는 것은 모험에 가까운 것이었다. KT에는 동부 김주성과 같은 걸출한 스타도 없었고, 조직력도 취약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KT는 그 다음 시즌 정규시즌 준우승을 차지했다. 선수 보강도 없었다. 바뀐 것은 감독 뿐이었다. KT의 감독으로 부임하고 나서 첫 미팅 후의 상황에 대해 “황당했고, 힘들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부상 선수가 많았고, 원하는 선수 구성도 아니었다”고 술회한 바 있다. 전 감독은 특유의 카리스마로 팀을 정비하고 선수들의 패배의식을 없앴다. 결국 전 감독은 지난 시즌 통합 우승을 차지한 유재학 울산 모비스 감독을 제치고 감독상을 차지했다.

전 감독의 힘은 올 시즌에도 유감없이 나타나고 있다. 선수 보강도 없었고, 주전들의 잦은 부상으로 KT는 시즌 전 6강 후보정도로 꼽혔다. 하지만 12일 경기에서도 대구 오리온스를 87대 72로 꺾으며 공동 선두에서 단독 선두로 올라섰다.

KT의 상승세는 전 감독의 선수 장악력과 이에 따른 선수단의 강인한 정신력에서 나오고 있다는 분석이다. 전 감독은 실수한 선수들을 무섭게 질책하다가도 모든 공을 선수들에게 돌린다. 이 같은 당근과 채찍으로 지난시즌까지 식스맨에 불과했던 박상오는 12월 MVP에 선정됐다. 용병 드래프트에서 꼴찌로 KT에 입성한 찰스 로드도 미운 오리새끼에서 백조로 탈바꿈했다.

박상오는 “감독님이 절대 경기 중 쓸데없는 플레이를 하지 못하도록 호통을 친다. 그래도 선수들 생일 때 케이크도 챙겨주는 다정한 감독”이라고 말했다. 선수단도 주전이 줄부상에 시달려도 “우리는 위기 때일수록 더 강하다”며 전의를 불태우고 있다. 전 감독은 “독한 감독 밑에서 선수들이 고생을 많이 한다. 부상을 당해도 이를 숨기고 뛸 정도로 선수들이 열성을 보이고 있다”면서 “우리 팀이 잘하는 것은 모두 선수들 덕분”이라고 말했다. 한편 창원 LG는 서울 삼성을 83대 70으로 물리치고 6강 희망을 이어갔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