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순 목사, 두권의 책에 남긴 균형목회 34년… ‘깨끗한 가난’ 즐기면 ‘축복언어’ 쏟아집니다
입력 2011-01-12 17:33
지난달, 34년간 섬기던 충신교회 목회를 내려놓은 박종순(71·사진) 목사가 최근 그간의 목회여정과 목회철학을 담은 ‘깨끗한 가난’(조이웍스)과 ‘축복의 언어’(쿰란)를 함께 펴냈다. 두 권의 책은 원칙과 소신을 지키며 ‘균형목회’를 지향해 온 그의 내면을 엿볼 수 있게 한다.
‘깨끗한 가난’은 목회하는 동안 틈틈이 써온 글들로 그의 자전적 사고의 열매들이다. 책은 목회철학을 일상생활에서 어떻게 구현해왔는지 이야기하며 현대인들에게 삶의 지혜를 주는 잠언이다. 교회와 목회에 얽힌 내용은 물론, 세상살이에서 보고 느낀 삶과 진실을 잘 다듬어진 문체로 내놓았다.
그는 교회 살림이나 교단 정치나 신자의 생활에서 긍정적 사고와 균형을 강조한다. 그것은 곧 조화와 질서에 이르는 길이며, 삶의 진지성과 통하고 하나님 나라와 그 문화를 이루는 길이기 때문이다. 이런 그의 목회철학은 책에서 잘 드러난다.
“처음 성지 예루살렘을 방문했을 때였다. 고난의 언덕길 ‘비아돌로로사’를 지나는 길에는 좌우로 상가들이 늘어서 있었다. 상행위로 뒤범벅된 십자가의 길을 오르면서 생각난 자화상이 하나 있었다. 예수 십자가와는 아무런 상관도 없이 고난의 언덕길을 오르내리는 사람들에게 목청을 높이고, 바겐세일로 눈가림을 하는가 하면 나무 십자가와 목걸이를 팔고 서 있던 그 사나이가 바로 나의 얼굴로 오버랩된 것이다. 그날 이후 골고다 언덕길 좌우편에 목판을 펼쳐 놓고 예수 팔아 재미 보는 장사꾼처럼 되지 않기로 결심했다.”
박 목사는 책에서 “가난해도 떳떳하게 살아야 하고 잘 살아도 바르게 살아야 한다. 그리고 자족과 감사를 잃지 말아야 한다. 이런 삶의 자세야말로 세상의 소금과 빛 된 삶이다. ‘깨끗한 가난’, 그것이 되고 싶다”라고 말하며 ‘깨끗한 부, 깨끗한 가난’이 바로 기독교 경제원리임을 강조한다.
그러나 그가 가난을 좋아했던 것은 아니다. 그는 서문에서 가난한 조사(전도사)의 아들로 태어나 가난이 싫었다고 말한다. 그런데 가난을 벗어 던진다는 것이 말처럼 쉽지 않다는 것을 나이테를 그을수록 실감하게 됐다고 고백한다. 이어 세살 때 아버지가 지병으로 세상을 떠나셨으며 물려준 유산은 ‘구약낽긔’라는 책 한 권이 전부였다고 말한다.
하나님은 그에게 부자가 되는 길을 트지 않으시고 목사가 되는 길을 여셨다. 그는 “몸에 밴 가난이라 적응이나 수용이 어렵진 않았지만, 그래도 가난이 좋다는 생각을 해본 적은 별로 없었다. 그러나 철이 들면서 가난도 부도 갈래가 많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깨끗한 가난이 있고 추한 가난이 있다는 것이다. 가난을 기회로 삼고 가난을 넘어서려는 용기는 깨끗한 가난이고, 가난 때문에 자학하고 자포자기하는 태도는 추한 가난이다. 또 거룩한 나라와 그 삶을 위해 쓰는 부는 깨끗한 부이고, 목적도 수단도 개의치 않고 이룬 부를 자기만을 위해 쓰는 부는 추한 부이다. 결론적으로 깨끗한 부, 깨끗한 가난이 기독교 경제의 핵심이란 것이다.
“가난하다는 것, 그것 자체만으로 그 사람의 삶이 깨끗하고 고매하다고 말할 수는 없다. 반면에 부자라는 것, 그것만으로 위대하다고 치켜세우거나 도둑놈이라고 매도할 수는 없다. 가난하든 부자이든 그가 어떻게 가난해졌고, 어떻게 부를 축적했느냐에 따라 평가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바르게 살면서 쌓은 부라면 부끄러울 것이 없을 것이고 바르게 살기 위해 얻은 가난이라면 떳떳할 것이다.”
‘축복언어’는 박 목사가 만나는 사람들과 가까운 사람들에게 용기와 희망의 말을 해주기 위해 출간한 책이다. 그는 “사람은 한 마디 말과 한 줄의 글 때문에 깨달음을 얻고 삶을 정돈하는 능력을 소유하고 있다”며 “책 안에 있는 한 줄, 한 마디 모두가 축복 언어가 되기를 바라는 열망을 담았다”고 말했다.
목회자는 한평생 입을 통해 사람의 마음을 열어야 한다. 그는 그동안 숱한 말들을 설교, 강연, 기도, 상담으로 쏟아냈다. 그리고 무심코 누군가가 던진 말 때문에 상처 받아 가슴앓이했고 누군가에게 아픔을 주기도 했다. 그러면서 필요할 때 필요한 말 외에는 아끼는 것이 좋다는 사실을 터득했다. 그는 서재에 “삼사일언(三思一言)이라고 쓰인 족자를 걸었다고 말했다. “생각 없이 말하는 사람, 한 번 생각하고 세 번 말하는 사람, 세 번 생각하고 한 번 말하는 사람이 있다. 삼사일언의 사람들은 생각이 깊고 말을 아끼는 사람들이다. 세 번 생각하고 한 번 말한다면 말로 인한 화를 피하게 될 것이다.”
그의 짧은 글들은 독자들에게 긍정적인 생각을 심어주고 감사의 문을 열게 한다.
이지현 기자 jeeh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