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운동의 대부’ 이돈명 변호사 별세… 시국사건 단골 변호 ‘시대의 등불’ 지다
입력 2011-01-12 19:09
‘한국 인권운동의 대부’ 이돈명 변호사가 11일 오후 7시20분쯤 서울 대치동 자택에서 노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89세.
조선대 정치학과를 졸업한 이 변호사는 고등고시 사법과(3회)에 합격해 판사로 근무하다 1963년 변호사로 개업했다. 그는 74년 4월 발생한 전국민주청년학생총연맹(민청학련) 사건 변론을 맡으면서 시국사건의 단골 변호인이 됐다. 인혁당사건, 김지하 반공법 위반사건, 청계피복 노조사건, 크리스천아카데미 사건, 광주 민주화운동 등 70년대 이후 주요 시국사건에서 빠지지 않고 활약하며 황인철 조준희 홍성우 변호사와 함께 ‘인권변호사 4인방’이라는 별칭을 얻었다.
86년 한승헌 홍성우 조영래 변호사와 함께 결성한 ‘정의실현 법조인회(정법회)’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의 전신이 됐다. 천주교정의평화위원회 인권위원장도 지낸 이 변호사는 민변 고문, 조선대 총장, 한겨레신문 상임이사,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상임의장, 상지학원 이사장, 천주교 인권위원회 이사장 등으로도 활동했으며 최근까지 법무법인 덕수의 대표변호사로 일했다.
빈소가 마련된 서울 일원동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 14호실에는 12일 각계 인사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정법회에서 함께 활동했던 ‘1세대 인권변호사’ 한승헌 전 감사원장이 빈소를 찾아 유족을 위로했으며 김정남 전 청와대 정무수석도 침통한 표정으로 조문했다. 이부영 전 의원도 86년 5·3 인천 노동자 시위와 관련해 수배 중이던 자신을 은닉했다는 누명을 쓰고 국가보안법위반으로 구속된 이 변호사의 빈소를 찾아 애도했다.
영정 옆에는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가 보낸 조화를 비롯해 김황식 국무총리, 이용훈 대법원장, 정진석 추기경, 안상수 한나라당 대표, 손학규 민주당 대표, 이정희 민주노동당 대표 등 각계 인사들이 보낸 조화가 줄을 이었다.
TV에서 고인의 별세 소식을 듣고 빈소를 찾았다는 시민 홍연재(53)씨는 “불의에 쫓기는 한 마리 양을 보호하겠다며 시국사건에 연루된 후배 변호사를 보호하고자 옥고도 마다하지 않았던 결기와 기개를 떠올려 본다”고 고인을 회상했다. 유족으로는 아들 영일 동헌 사헌씨와 딸 영심 영희씨가 있다. 발인은 15일 오전 8시. 장지는 경기도 남양주시 별내면 천주교 성당묘지다.
김수현 기자 siempr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