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김정환, 묵직한 교양서 ‘음악의 세계사’ 펴냈다
입력 2011-01-12 19:10
시인 김정환(57·사진)은 괴력의 집필자다. 등단 30년 동안 시집, 소설, 비평서, 번역서 할 것 없이 100여권에 이르는 저작을 쏟아냈으니 평균 1년에 3∼4권꼴이다. 다작이라지만 그의 저작은 밀도 면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그가 최근 펴낸 원고지 6000장 분량의 묵직한 교양서 ‘음악의 세계사’(문학동네)는 완전히 새로운 관점의 세계사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속기에 가까운 그의 필력에 비춰볼 때 출판사와 계약한 지 11년 만에 펴냈다는 사실도 이례적이지만 세계 인문학도들의 필독서로 알려진 아르놀트 하우저의 명저 ‘문학과 예술의 사회사’와 견줄 만큼 내용 또한 탄탄하다.
“마르크스는 역사 법칙으로 미래까지 내다보려다가 오류를 빚었지 않습니까. 그는 과거 분석에서는 탁월했지만 미래 분석에서는 미진했지요. 미래에 대한 기획, 즉 전망이라는 걸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데, 미래의 기획이라는 측면에서 책 제목을 ‘음악의 세계사’라고 붙인 건 잘한 일 같아요.”
‘음악’은 모든 예술을 대표하는 장르인데다, 흘러가는 과정 자체를 보여준다는 측면에서 이 책은 음악뿐만 아니라 무용 미술 문학 연극을 망라하는 ‘세계사’라는 의미를 지닌다.
“기존 역사서에 있는 것처럼 영국이나 호주의 역사를 반복할 이유는 없지요. 그러나 그 나라들에 담긴 신화적인 것에 주목하면 의미가 확 달라지지요. 자연히 신화나 예술 이야기가 개성적으로 들어갈 수밖에 없는데 내 나름의 강조점이나 소재적인 측면에서 교양적인 세계사를 포괄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고민의 결과물입니다.”
예컨대 아프리카나 오세아니아는 19세기만 해도 신화로 모든 걸 설명할 수 있는 대륙이었다는 것이다. 그게 자본주의 이전을 의미하는 게 아니라 신화 자체가 그 나라의 심연이었다는 뜻에서다. “사실 나는 언젠가 지금 음악의 시대는 절망으로 끝이 나고 디자인의 시대로 넘어가는 것 같다는 말을 한 적이 있어요. 음악은 그 자체가 진보이고 흘러가는 것이며 서정이지요. 이 시대가 일단 절망으로 끝나고, 이젠 디자인의 시대가 도래하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정철훈 선임기자 chj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