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트 프롤로그] 저도 권력 남용 좀 했습니다
입력 2011-01-12 18:01
오랫동안 교류하던 한 지인으로부터 파푸아뉴기니의 문성·이민아 선교사 부부 이야기를 들은 것이 지난해 10월쯤입니다. 인도네시아 찌아찌아족에게 한글문자를 보급하듯 그곳 원주민에게 문자 보급과 선교의 사명을 다하며 사는 분들이라고 들었습니다.
그 지인은 한때 내로라하는 스타를 거느린 연예기획사 대표였고 대표급 남성 모델이기도 했습니다. 패기 넘치고 화려했었지요. 그런데 어느 날 ‘그답지 않게’ 성령 충만하여 수년 만에 나타난 겁니다. 새벽 기도를 수년째 하루도 빠지지 않고 하고 있었습니다. 아, 하나님은 참 사람을 귀히 쓰시는 구나 하는 생각과 함께 1데나리온을 땅에 파묻고 살아가는 제가 부끄러워지기도 했습니다.
그가 전하는 문 선교사 부부의 삶은 좋은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 은혜가 넘쳤습니다. 한데 과학적이지 않으면 믿지 않는, 즉 팩트(Fact)가 검증되지 않으면 믿지 않는 신문기자의 ‘버릇’이 있어서 틈틈이 살피며 지냈습니다.
또 서울에서 파푸아뉴기니 밀림 선교지까지 가는 데만 꼬박 닷새가 걸린다는데 현지 이야기를 활자로 담아낼 재간이 없어 미루어 왔습니다. 선교지 상황은 영화 ‘미션’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보면 됩니다. 최근 개봉됐던 다큐 영화 ‘울지마 톤즈’의 개신교판이라고 해야 할까요.
그리고 한 달 전인가요. 문 선교사님으로부터 청첩 이메일을 받고 번뜩 그를 소개할 지혜가 생겼습니다. 이메일 청첩 첫 문장은 ‘저는 아들을 존경하고 사랑합니다’로 시작합니다. 선교사 아버지의 간절한 기도가 이 한 문장에 그대로 드러났습니다. 그 결혼식을 ‘이웃’의 프론트 기사로 담았습니다.
소명 받은 아버지의 아들에게 들은 아버지와 그 아버지의 아버지. 취재기자의 기사를 보면서 평정심을 잃고 눈시울이 뜨거워졌습니다. 한국교회에 이런 분들 참 많을 겁니다. 우리가 소홀히 다루었을 뿐입니다. 참, 그분 은행계좌번호를 기사 말미에 제 직권으로 넣었습니다. 저도 권력 남용 좀 했습니다.
전정희 종교기획부장 jhje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