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이츠 美 국방 “北, 대화 원하면 미사일·핵 실험 중단을”…“한국 인내 바닥나” 후진타오 면담

입력 2011-01-12 00:25

로버츠 게이츠 미국 국방장관이 북한에 대화에 앞서 선행해야 할 ‘진정성 있는 행동’으로 미사일과 핵 실험의 모라토리엄(유예)을 주문했다.

게이츠 장관은 방중 사흘째인 11일 오후 베이징(北京) JW메리어트 호텔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북한의 남북대화 제의와 관련해 이 같은 견해를 피력했다. 그는 북한의 잇따른 도발로 남한의 인내력이 약화되고 있다는 점도 언급했다. 그의 이런 언급은 남한이 북한의 무조건 대화재개 요구에 ‘성의가 결여돼 있고 진정성 있는 조치가 선행돼야 한다’는 입장을 갖고 있는 상황에서 나와 주목된다. 미국도 한반도 위기 상황 타개를 위한 대화 전제 조건으로 북한에 한국과 같은 입장을 거듭 밝혀 왔다.

게이츠 장관은 북한의 핵무기 개발에 우려를 표시했다. 아울러 그는 북한이 향후 5년 안에 미국 본토에 도달 가능한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을 개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하며 이를 미국을 향한 ‘직접적 위협’이라고 규정했다. 하지만 그는 “북한이 ICBM을 갖게 돼도 매우 제한적인 능력만을 갖추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또 한반도 안정을 위한 중국의 건설적인 역할을 강조했다.

게이츠 장관은 이날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과의 면담 사실을 밝히면서 “미·중 양국 군(軍) 현안과 북한문제 등에 대해 매우 우호적이고 친근한 분위기에서 많은 대화를 나눴다”고 설명했다.

게이츠 장관은 이어 중·미 관계가 냉각된 계기가 된 미국의 대만 무기수출 문제와 관련해 “우리는 ‘하나의 중국 원칙’을 갖고 있으며 대만의 독립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면서도 “우리의 정책을 바꾸진 않을 것”이라고 피력했다.

베이징=오종석 특파원 js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