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억원 성금으로 아이티 백년대계 다시 만든다

입력 2011-01-11 20:15


#메씨 예수교회(아지스탄 기욤 목사)는 아이티 수도 포르토프랭스 빈민촌 시티솔레이의 시티게라드 지역에 위치한 양철 교회였다. 1년 전 지진으로 무너져 7명의 성도가 다쳤다. 교회는 천막을 치고 예배를 드리다가 지난해 6월 한국교회희망봉사단과 캐나다 기독 NGO인 GAP의 도움으로 교회당을 새로 지었다. 지역 청년들이 교회 건축에 참여해 일자리를 얻었다. 지금은 200석 규모의 교회당으로 완공됐고 70명 성도에서 100여명이 출석하는 교회로 성장했다.

#아갠 벨도니(25)는 5세 때부터 NGO 컴패션의 양육을 받았다. 1년 전 지진 발생 후 수많은 국제단체가 자신의 나라를 도우러 온 것을 목격하고 충격을 받았다. 외국인이 아이티를 위해 눈물 흘리며 기도하는 것을 보며 조국을 위해 일하자고 결심했다. 그는 지금 미국 대통령 산하 에이즈 구호 긴급계획팀과 함께 아이티 감시 및 평가팀에서 일하고 있다. 친구들이 아이티를 등지고 떠난 것과는 대조적이다.

12일로 아이티 대지진 1년을 맞았다. 규모 7.0의 지진 속에서 세계 최빈국 아이티는 희망조차 찾을 수 없었다. 전 세계에서 수많은 구호단체와 교회들은 유례없는 사랑을 전했고 한국교회와 기독 NGO 역시 폭발적 사랑을 모았다. 교회와 단체를 합쳐 190억원에 달하는 초유의 모금운동은 이를 반영했다. 1년간 그 사랑은 얼마나 전달됐을까.

한국해외단체원조협의회(해원협) 이경신 팀장은 11일 “한국 단체들은 지금까지 모금액의 30∼40%를 집행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진 초기 90일까지 교회와 단체는 부상자 치료와 생필품 보급 등 긴급구호에 치중했다. 3개월 이후부터는 중장기 사업으로 전환해 복구사업을 추진해왔다(표 참조).

일단 현장은 1년 전에 비해 눈에 띄게 변화된 것으로 파악된다. GAP 소속 이동렬 선교사는 이날 본보와의 전화통화에서 “외관상 변화는 많다. 무너진 건물과 학교, 집이 새로 건축됐고 피해 복구의 진전이 있었다”며 “특히 한국의 초기 긴급구호 활동은 뛰어났다”고 평했다.

이 선교사는 지난해 1월 20일부터 지금까지 아이티에 거주하며 한국교회 및 기독 NGO 등과 협력 사역을 펼치고 있다. 그는 “한국교회와 단체들이 아이티 구석구석을 찾아다니며 구호 활동을 전개한 것은 현지에서도 인정한다”며 “특히 지부조차 없었던 한국 단체들의 활동상이 놀랍다”고 말했다.

한국교회가 아이티 복구에 이 같은 평가를 받은 것은 지난해 2월 8일 ‘아이티 지진 구호 협력사역 모색을 위한 한국교회 원탁회의’가 개최되면서다. 단체 간 중복사업 배제, 효율성 극대화를 추구하자는 의견이 모아져 ‘한국교회 아이티 연합’(의장 손인웅 목사)을 결성했고 이를 컨트롤타워로 삼아 22개 교단과 기독 NGO가 협력했다. 회의 목적은 하나였다. 한국교회의 아이티 사랑을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것이었다. 지금까지의 아이티 사업은 이러한 약속에서 진행됐다.

이날 본보가 파악한 한국교회와 주요 NGO들의 중장기 계획은 주로 복구와 재건, 교육, 의료 사업 등으로 요약된다. 한국교회희망봉사단은 아이티 개신교연합(총회장 실뱅 익센투스), GAP 등과 협력해 아이티 정부로부터 제공받은 66만㎡(20만평)의 부지 위에 재건사업을 진행 중이다. 미래지향적 크리스천 마을과 초·중·고교, 고아원, 기타 사회 제반 시설 건립을 준비 중이다. 봉사단은 또 지금까지 시티솔레이 등 지역에 17개의 무너진 교회 건축도 진행했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은 타바레시로부터 1만9800㎡(6000평)의 대지를 지원 받아 향후 5년간 아이티비전센터 건립을 추진한다. 유치원부터 전문대학에 이르는 학교를 세우고 전문 교육을 통해 아이티 미래를 짊어질 인력을 양성한다는 계획이다.

예장 통합은 아이티복음교단(ECH)과 국제 NGO 등과 협력해 교회 재건, 콜레라 피해환자 지원 등을 담당했다. 정신적 외상치유 상담 프로그램, 아이티 담당 선교동역자 선발, 파송 등을 계획 중이다.

기아대책은 초기 긴급구호 활동 이후 간티에르 지역에서 장기 재건사업을 진행 중이다. 특히 이동도서관 사업을 펼쳐 학교 없는 아이티 어린이들에게 희망과 꿈을 선사할 계획이다. 굿네이버스는 지난 10월 중순 콜레라 발생 이후 2차 긴급구호 활동을 전개하고 있으며 장기적으로 시티솔레이와 레오간 지역을 중심으로 주택 인프라를 구축하고, 학교와 공동 위생시설 등을 설치한다.

향후 한국교회와 단체의 과제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우선 적극적인 커뮤니케이션을 주문했다. 한국교회희망봉사단 현지 지부에서 활동하고 있는 이인수 사무국장은 “국제적인 NGO 모임이나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 회의 등에서 한국 NGO나 단체를 잘 볼 수가 없었다”며 “커뮤니케이션이 안 되다 보니 서로 무슨 일을 하는지 모른다”고 말했다.

이동렬 선교사 역시 “외국인들은 한국 단체들의 활동을 궁금해 한다”며 “적극적으로 해외 단체와 교류하면서 현지 사업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60∼70% 남아 있는 모금액 사용에 대한 투명성도 확보해야 한다. 해원협 이경신 팀장은 지난해 터진 모금 비리와 관련, “교회나 단체들은 재건 사업과 관련해 후원자들에게 집행 결과를 자세하고 꾸준하게 알리는 게 필요하다”며 “후원자들은 모금액이 빨리 사용되기보다는 얼마나 효과적으로 사용됐는지를 궁금해한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중장기 사업이 당초 예상보다 오래 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아이티 정부와 주민 의지가 약하다는 이유다. 한국교회희망봉사단 김종생 사무총장은 “아이티 정부의 무력함과 시스템 붕괴로 국제적 원조개발 사업이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며 “대통령 선거로 인한 후유증과 콜레라의 확산 등으로 중장기 재건사업에 차질이 생기는 것은 불 보듯 뻔하다”고 말했다.

한편 아이티 교회들은 영적 재건의 필요성을 인식해 오는 6월 말 포르토프랭스 공설운동장에서 1만명의 젊은 기독교인과 목회자를 초청해 영적 대각성 집회를 개최한다. 아이티 개신교연합 실뱅 익센투스 총회장은 “대각성 집회는 아이티를 회복시키는 기회가 될 것”이라며 “아이티 교회들이 진정한 복음을 경험하도록 한국교회가 기도로 지원해 달라”고 말했다.

신상목 기자 sm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