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포커스-최종철] 美·中 세력다툼 속 우리의 선택
입력 2011-01-11 18:46
한반도에서 바라보는 오늘의 아시아에는 용과 그 무리들이 분답하게 독수리를 쫓고 독수리는 포용의 두 팔을 벌리다가도 때로는 분노의 날갯짓을 하는 모습이 선명하게 부각되고 있다. 지난 30여년 동안 힘이 오른 용은 연평도 포격 방관,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갈등, 난사(南沙)군도의 핵심 이익화 선포 등 일련의 사태에서 근력을 과시했다. 이에 대해 독수리는 첨단 항모를 참가시킨 한·미 및 미·일 연합훈련으로 맞섰다. 역사상 2010년은 이런 양두(兩頭) 세력 간 힘겨루기 양상이 뚜렷했던 해로 기록될 것이며, 앞으로 이와 비슷한 정경을 상당히 오랫동안 목격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정치 전략적 정경이 지속된다면 이들 양두 세력 간 권력 다툼의 경계선상에 서 있는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우리는 오랫동안 독수리와 한 편을 이루어 자기 앞가림도 못하고 구걸하며 살아가는 불량아 형제의 칼부림과 핵 공갈에 대응해 공조했었다. 최근 두 차례의 경제위기 때도 그러했다. 그래서 이제는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라는 공통의 가치를 지향하며 전략적으로 상호 신뢰하고 우리의 통일 문제까지 터놓고 논의하는 깊은 관계를 맺고 있다.
양다리 걸치기는 위험한 선택
그러나 한때 세계의 중심국가였고 또 우리의 종주국으로 행세했던 이웃 용의 나라가 우리 곁으로 바짝 다가왔다. 우리에게 시장을 열어주고 생활을 보다 윤택하게 하는 데 도움을 준다는 명분으로 우리의 생존과 미래에 끼어들기 시작했다. 게다가 우리 불량아 형제의 핵 장난은 물론 천안함과 연평도에 대한 무력 공격 등 여러 못된 버릇을 두둔하기까지 하고 있다.
더욱이 최근 이 용의 나라가 신장된 국력을 바탕으로 러시아와 우즈베키스탄 등 4개 ‘스탄(stan)’ 국가들과 2001년 창설한 상하이협력기구를 발전시켜 미국과 한국 일본 호주 등의 쌍무동맹체제에 맞서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이제 용의 위세는 황해에서 동중국해와 양안지역, 남중국해를 거쳐 인도양까지, 다른 한편으로 제2방어 열도선(사이판-괌-인도네시아)을 돌파하는 해양력을 현시하는 데까지 확장될 것이다. 궁극적으로 용이 희망하는 것은 독수리의 존재감을 현격히 감소시키려는 것이다.
결국 장기적으로 아시아 전역에서 용과 독수리 사이의 리더십 장악 경쟁은 점차 격화될 것이다. 용은 지금까지와 같이 설득하고 호소하는 외교를 버리고 기세등등하게 힘을 과시하는 행태를 보일 것이다. 이에 맞서 ‘지친 독수리’는 동맹 및 우방들과 연대해 용의 행보에 족쇄를 채우려 할 것이다.
이러한 용과 독수리의 경쟁의 장 한가운데 위치한 우리는 과거 겪지 못했던 생존과 번영의 전략을 새롭게 구상해야 할 때가 됐다. 분명한 것은 용과 독수리 가운데 어느 한 쪽을 선택하는 것은 최악의 수가 아닐 수 없다. 독수리를 선택하면 용의 분노를 자초해 우리의 번영 기반이 흔들릴 것이고, 반대로 용을 선택할 경우 우리의 안보 축이 위태롭게 될 것이다.
생존 전략 새롭게 구상해야
독수리의 날개에 걸터앉아 용의 꼬리를 잡으려는 전략, 즉 한·미동맹의 불충분성을 한·중 동반자 관계로 보완하려는 위험 회피 전략 역시 악수 중 하나일 뿐이다. 어쭙잖은 양다리 걸치기는 미국과 중국이라는 양두 세력 모두를 잃을 수 있다.
결국 최선의 선택은 미국과 중국이 양쪽에서 당기는 대로 끌려갈 것이 아니라 우리가 미·중 양국을 당기는 힘을 기르고 다른 세력들을 우리 편으로 만드는 전략이 최선이다. 이렇게 하기 위해서 먼저 전략적 억지력을 새롭게 정비하고 주요 20개국(G20) 내의 호주와 인도네시아 등 주요 중견국가들과 유대를 강화하며 아시아의 다자간 안보협력체제들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구상이 필요하다.
최종철 국방대 교수 군사전략학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