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안타까운 로봇 영재의 좌절

입력 2011-01-11 18:38

전문계고 출신으론 처음으로 KAIST(한국과학기술원)에 입학한 조모(19)군이 지난 8일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정확한 자살 이유는 밝혀지지 않았으나 주변에서는 성적부진에 따른 스트레스를 큰 원인으로 보고 있다. 평소 수업 따라잡기를 힘겨워한 데다 이번 학기에 학사경고를 받았고, 최근 여자친구와 헤어지는 일까지 생겨 괴로워했다는 것이다.

부산의 D고 디지털정보전자과를 졸업한 조군은 어릴 때부터 로봇에 남다른 재능을 보여 2007년 국제로봇올림피아드 한국대회에서 대상을 받은데 이어 2008년 세계대회에서도 3등을 차지하는 등 초등학교 이후 로봇 경진대회에서 60여 차례나 수상한 로봇 영재다. KAIST는 2009년 로봇 분야의 영재성을 인정해 입학사정관 전형 합격자 150명 중 한 사람으로 조군을 선발했다.

그러나 과학고 출신이 대부분인 KAIST에서 조군이 적응하기는 쉽지 않았던 모양이다. 특히 수학과 과학에서 뒤처져 비(非)과학고 출신 성적보충을 위한 ‘브리지프로그램’을 이수했으나 미적분학에서 연이어 낙제점을 받았다고 한다.

KAIST는 적지 않은 학생들이 제때 졸업을 하지 못할 정도로 교육과정이 어렵다. 과학 영재들을 모아 가르치는 곳이니 수준이 높을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외 로봇 대회에서 상을 휩쓸며 ‘로봇박사’로 불렸던 조군이 수업을 따라가지 못해 좌절해야 했다면 지도방식에 문제는 없는지 돌아볼 일이다. 조군이 그렇게 어려워했던 미적분을 끝까지 이수하지 못하면 로봇 분야에서 더 이상 꿈을 펼칠 수 없었던 것인지 의문이 든다. 혹시라도 대학 측이 획일적으로 학생들을 지도하고, 이로 인해 개개인의 특정분야 재능이 중도에 묻혀버린다면 이 또한 경계할 일이다.

물론 조군의 죽음을 KAIST 탓으로만 돌릴 수는 없다. KAIST는 과학 분야 국내 최고의 대학이고, 기초과학에 미래가 달린 만큼 수준 높은 교육은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그럴수록 어렵게 공부하는 학생들에 대한 세심한 배려가 있어야 한다. 안타까운 죽음이 또 있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