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통령 인사’ 국민 눈 높이에 맞춰야

입력 2011-01-11 18:39

정동기 감사원장 후보자의 낙마가 초읽기에 들어갔다. 야당은 물론 여당까지 자진사퇴를 요구하고 있어 계속 버티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는 이번에 고위직 인사의 난맥상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정 후보자는 12·31 개각 직후부터 적임이 아니라는 지적을 받았다. 3개월여 동안 고심한 끝에 뽑은 감사원장 후보자가 청와대 수석비서관 출신이라니 대통령이 이렇게 사람을 쓸 줄 모르느냐는 비판이 쏟아졌다.

이는 대통령의 인선 기준이 국민의 눈높이를 맞추지 못한 결과다. 감사원은 대통령으로부터 독립해 행정부의 잘잘못을 따지는 곳이다. 그렇다면 감사원장에는 당연히 청와대 권력으로부터 자유로운 사람을 앉혀야 한다. 그런데 정 후보자의 경우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중책을 맡았다가 정권 초기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을 지낸 인물이다. 독립성은 고사하고 한때 대통령의 심복 역할을 했던 사람을 감사원장에 임명하려 했으니 국민들이 의아해할 수밖에 없었다.

거기다 인수위 근무를 전후해 7개월 동안 법무법인으로부터 무려 7억원을 받은 것도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청와대 측은 사전 검증 과정에서 이 문제가 나왔지만 불법·위법 사항이 없다는 이유로 무시했다고 한다. 그러나 ‘국민정서법’은 이를 용납하지 않았다. 대통령을 비롯해 청와대 사람들이 입만 열면 서민을 위한다면서 서민의 마음을 왜 그리도 모르는지 이해가 안 된다.

청와대의 고위직 인사 난맥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2008년 2월 통일부 장관 후보자 등 3명, 2009년 7월 검찰총장 후보자, 2010년 8월 총리 후보자 등 3명이 대통령의 지명을 받고도 중도하차했다. 이런 일이 자꾸 발생하는 이유는 널리 인재를 구해 쓸 생각을 하지 않고 ‘내 사람’을 중용하려 하기 때문이다. 과거 정권의 예로 볼 때 이런 현상은 임기 말로 갈수록 심해진다. 이에 대한 대통령의 인식 전환이 긴요하다. 청와대 핵심 참모들의 무소신도 문제다. 대통령이 간혹 오판할 경우 ‘아니오’라고 직언하는 참모가 있어야 하는데 지금 청와대에는 그런 사람이 없는 것 같다. 대통령실 문책론이 나오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