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 참사 1년 맞은 아이티… ‘참혹한 고통’ 달라진게 없다
입력 2011-01-11 18:36
약 23만명의 목숨을 앗아간 아이티 지진참사가 12일로 1년을 맞는다. 하지만 현지 모습은 참혹했던 1년 전과 크게 달라진 게 없다고 외신들은 전하고 있다. 참사 직후 전 세계는 전폭적인 원조를 약속했지만 지금은 심드렁한 분위기다.
아이티 수도 포르토프랭스 도로의 지진 잔해는 약 5%만 치워진 상태라고 미국 시사주간 타임은 보도했다. 최소 100만명이 여전히 천막생활을 하고 있다. 종이처럼 구겨졌던 대통령궁도 그대로다. 로이터통신은 “도시 곳곳의 무너진 건물에서 지금도 시신이 발견되고 있다”고 전했다.
천막이 밀집한 난민촌 생활은 비참하다. 난민들은 비닐시트를 바닥에 깔고 잔다. 비가 내리는 날은 빗물이 스며 진흙탕 잠자리가 된다.
포르토프랭스의 밤은 칠흑 같다. 아이티 정부는 지진 뒤 전력공급 능력을 상실했다. 어둠을 틈타 흉악 범죄가 끊임없이 발생한다. 국제앰네스티는 지진 발생 뒤 5개월 동안 난민촌에서 성폭행 신고가 250건이나 됐다고 밝혔다. 4∼5세 여자아이가 피해를 입은 경우도 있다.
지난해 10월부터 창궐한 콜레라는 아이티 국민을 더 큰 공포로 몰아넣고 있다. 지금까지 3600명 이상이 콜레라로 숨졌다.
아이티가 고통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건 더딘 원조와 불안정한 정치 상황 때문이다. 국제사회는 지난해 21억 달러 지원을 약속했지만 현재 61%인 12억8000만 달러만 집행됐다. 현지에 파견된 NGO들의 활동도 주민과 밀착돼 유기적으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타임은 현지에 1만2000개 NGO가 활동 중이라고 전했다. 주민들 사이에선 유엔 평화유지군 1만2000명이 아이티 재건에 힘을 쏟지 않는다는 불평도 있다는 것이다.
국가적인 리더십 부재는 혼란을 더 장기화시키고 있다. 아이티는 지난해 11월 대선을 치렀으나 부정선거 의혹으로 대통령을 뽑지 못했다. 오는 16일 예정됐던 결선투표도 최근 2월 이후로 연기돼 국정 공백은 계속될 전망이다.
권기석 기자 key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