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리 내리는 보수논객들… 궁지 몰린 페일린 “나는 폭력 증오”

입력 2011-01-11 18:35

미국 애리조나주 투산의 총기난사 사건으로 수세에 몰린 일부 보수논객이 앞 다퉈 ‘평화’를 외치고 있다. 거친 화법과 자극적인 언어가 폭력적인 행동을 부채질하고 있다는 비판여론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고 AP통신 등이 전했다.

세라 페일린 전 알래스카 주지사는 10일(현지시간) 보수성향 TV인 폭스뉴스의 토크쇼 진행자 글렌 벡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나는 폭력을 증오하고, 전쟁도 증오한다”고 밝혔다. 벡 역시 “세라, 언제나 평화가 정답”이라고 회신했다면서 보수논객들이 폭력 위험성을 조장했다는 진보진영의 주장을 “터무니없다”고 반박했다. 폭스뉴스 최고경영자 로저 에일즈는 방송 진행자들에게 논평 언어를 순화하도록 지시했다고 CBS뉴스 등이 전했다. 에일즈는 진보진영의 화법 순화도 주문했다.

보수단체 ‘티파티’와 백인 우월주의 단체 ‘신세기 재단’ 등도 이번 사건과의 관련성을 부인하고 나섰다. 티파티는 “정신이상자의 소행일 뿐 페일린을 비롯한 우리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주장했다. 신세기 재단도 이번 사건 용의자 제러드 리 러프너(22)와의 관계를 줄곧 부인하고 있다.

총상으로 중태인 가브리엘 기퍼즈 의원은 상태가 조금씩 호전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투산대학 의료센터 측은 “아직 위기를 벗어난 건 아니다”면서도 “현재 뇌부종이 점차 호전되는 등 조금씩 긍정적인 신호들이 나타나고 있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담당의사들 중 기퍼즈 의원의 수술을 맡았던 의사는 한국계 피터 리(49) 박사인 것으로 전해졌다. 리 박사는 24년간 해군 군의관 생활을 하면서 이라크전·아프가니스탄전에서 수많은 부상병을 치료한 경험이 있다. 따라서 이번 사건의 총상자들 치료에 그가 도움이 됐다고 미 언론이 보도했다.

러프너는 이날 오후 애리조나주 피닉스 연방지법 법정에 출석했다. 체포된 뒤 줄곧 입을 닫고 있던 그는 연방지법 판사가 종신형이나 사형이 구형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아는지 묻자 “그렇다”고 짧게 답했다. 법원은 그에게 보석 없이 구금을 명령했다. 그의 범행 동기는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