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분석] 긍정적 후폭풍 몰고오는 ‘애리조나 총격’

입력 2011-01-11 18:35

미 연방 하원의원을 겨냥한 애리조나주 총기난사 사건이 워싱턴 정치를 바꿔놓을 조짐이다. 워싱턴에선 지금 ‘증오·막말·독설’ 정치를 끝내자는 공감대가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6명이 숨지고, 13명이 다친 불행한 사건이 긍정적인 ‘후폭풍’으로 변하는 상황이다.

머리에 관통상을 입고 중태인 가브리엘 기퍼즈 의원이 건강보험개혁법안에 적극 찬성했던 점, 그 이유로 수차례 협박을 받았다는 점, 극우세력의 표적이 됐던 점 등이 복합적으로 고려되면서 그동안 민주·공화당의 ‘증오적 대립관계’가 종식돼야 한다는 여론이 비등해지고 있다.

정치인들부터 반성하고 있다. 공화당 존 베이너 하원의장은 “지금은 의원들이 손에 손을 잡고 이런 폭력을 배격할 때”라며 “국가와 국회가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줘야 한다”고 호소했다. 민주당 스테니 호이어 원내대표도 “이번 사건은 정치인들이 좀 더 표현에 신경을 써야 한다는 점을 상기시킨다”며 “지난 2∼3년간은 과거 어느 때도 겪어보지 못했던 신경질적이고 대립적이어서 그에 대한 큰 걱정들이 있다”고 밝혔다. 한 초선 의원은 “의원들끼리 더 많이 포옹하고, 욕을 덜 하자”고 제안했다.

이런 분위기 배경엔 버락 오바마 대통령 당선 이후 보수와 진보의 극단적인 대립이 이번 사건의 원인일 수 있다는 분석들도 작용하고 있다. 공화당 로버트 브래디 의원은 이번 사건이 “확실한 경고”라고 표현했다.

오바마 대통령도 10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한 뒤 기자회견을 통해 “지금은 하나의 나라로서 힘을 합칠 때”라며 “이런 비극을 극복하고 더욱 강한 나라로서 단결하면서 미래와 희망을 얘기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오전 11시 백악관 남쪽 정원에서 미셸 오바마 여사, 보좌진과 함께 1분간 추모 묵념행사를 가졌다.

정치권 일각에선 그동안 오바마 대통령에 대한 증오를 부추기고 독설을 퍼부었던 극우세력들이 여론의 비판을 받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에 따라 오바마 대통령의 정치력이 상대적으로 회복될 거라는 분석도 내놓는다. 의회는 12일 공화당이 주도해 오바마 대통령에게 타격을 입히려던 건강보험법 폐지안 표결을 연기한 상태다.

정치분석가들 사이에선 정치인들의 자제 호소가 “일시적”이라고 보는 견해도 있다. 공화당에선 여전히 “범인이 정신이상자”라는 주장에 더해 2008년 대선 때 오바마 후보가 “공화당이 칼을 갖고 덤비면 우리는 총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말한 사실을 들추며 민주당을 공격하고 있다.

워싱턴=김명호 특파원 m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