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 ‘로봇 천재’ 눈물의 영결식… “하늘나라서 못다한 꿈 이루렴”

입력 2011-01-11 18:32

“아들아! 아들아! 부디 하늘나라에서는 못다 이룬 ‘로봇 박사’의 꿈을 꼭 이루거래이….”

11일 오전 부산 두구동 영락공원 장례식장. ‘세계 최고의 로봇 제작’ 꿈을 이루지 못하고 스러져간 KAIST ‘로봇 천재’ 조모(19)군의 부모는 아들을 마지막 떠나보내는 순간 참았던 울음을 터뜨렸다.

조군의 부모는 “아들아 미안하다, 정말 미안해…평소 학교 수업에 어려움이 많다는 말을 좀더 새겨들었어야 했는데”라며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하고 오열했다. 그들은 “이 같은 불행은 우리 아들 하나만으로 끝나야 한다”며 “다시는 이 땅에 공부 시스템 때문에 고통 받는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장례식장을 찾은 조군의 KAIST 학교 친구들과 고교 후배들도 안타까운 죽음 앞에 고개를 떨군 채 고인을 추모했다.

유족과 학교 친구들에 따르면 지난해 입학사정관제로 KAIST에 합격할 때까지만 해도 조군은 ‘로봇 박사’의 꿈을 키우는 자신을 자랑스러워했다. 조군은 입학사정관제로 합격한 17명 가운데 유일한 전문계 고교 출신이다.

그러나 대학에 입학한 지 2∼3개월 지난 뒤 조군은 부모에게 전화해 “영어로 진행되는 학교 수업을 따라갈 수 없다. 사실 나에게 크게 필요하지 않은 과목에 대한 수업은 더욱 괴롭다”며 학교생활의 고충을 토로하기 시작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조군은 “KAIST는 나의 자랑이고 희망”이라며 중도에 포기할 생각은 하지 않았다. 조군은 지난해 대학 총장과 함께 ‘특성화 고교생의 모델 케이스’로 특별 강연에 초청돼 후배들에게 꿈과 희망을 전하기도 했다.

민사고를 졸업한 뒤 미국 동부 명문 브라운대학에서 물리학을 전공하다 동생의 소식을 접하고 귀국한 조군의 형(21)은 “동생은 정말 로봇 분야에 관심을 가진 수재였다”며 “그러나 대학 입학 후 학교 측이 홍보에만 급급해 공부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주지 않아 이 같은 일이 생긴 것 같다”고 안타까워했다.

부산=윤봉학 기자, 쿠키뉴스 신은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