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판 CSI’… ‘살인 방화’ 수사하다 9년전 여고생 성폭행범 잡아
입력 2011-01-11 18:33
9년 전 발생한 여고생 기숙사 성폭행 사건 범인이 경찰의 저인망식 DNA 수사로 덜미를 잡혔다.
퀵서비스 배달원인 김모(36)씨는 2002년 7월 서울 월계동의 한 여고 기숙사에 몰래 들어가 잠자던 장모(16)양을 성폭행했다. 장양은 범인의 얼굴을 전혀 기억하지 못했고, 범행 현장에서 별다른 범인의 흔적 역시 발견되지 않아 8년여가 흐른 지난해 9월까지 이 사건은 영원한 미제로 남는 듯했다.
김씨는 지난해 8월 서울 미아동 자신의 집에서 경찰에게 구강 상피세포를 채취 당하면서 범행 사실이 드러났다. 지난해 7월 서울 수유동에서 발생한 살인방화 사건 때문에 반년 가까이 강북구에 거주하는 성범죄 전과자의 구강 상피세포를 저인망식으로 채취하던 경찰의 수사망에 걸려든 것이다. 경찰은 김씨의 구강 상피세포와 9년 전 장양의 몸에서 확보한 DNA가 일치하는 사실을 확인하고 지난 10월 김씨를 구속했다. 김씨는 지난달 13일 구속된 ‘강북발바리’처럼 미제로 남아 있는 수유동 살인방화 사건을 수사하던 중 잡힌 두 번째 범인이 됐다.
서울북부지법 형사13부(부장판사 최종두)는 11일 성폭력범죄 처벌 및 피해자 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강간 등 치상) 혐의로 김씨에게 징역 11년, 전자발찌 15년 부착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김씨의 죄질이 불량하고 청소년인 장양이 오랜 기간 심각한 육체적·정신적 고통을 겪었다”고 밝혔다.
김수현 기자 siempr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