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컵 축구] 구자철 골! 골!… ‘왕의 귀환’ 서막 열었다

입력 2011-01-11 18:29


구자철(22·제주 유나이티드)이 ‘왕의 귀환’을 위한 서막의 주인공이 됐다.

구자철은 11일(한국시간) 새벽 카타르 도하의 알가라파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1 아시안컵 조별리그 C조 1차전 바레인과의 경기에서 전반 40분과 후반 7분 한 골씩 터뜨리며 팀의 2대 1 승리를 확정지었다.

이날 처진 스트라이커로 나선 구자철은 박지성(30·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이청용(23·볼턴), 지동원(20·전남)과 수시로 위치를 바꾸며 ‘도우미’와 ‘킬러’ 역할을 번갈아 소화했다. 박지성, 이청용, 지동원을 지원할 때는 빠른 볼 터치와 부드럽고 간결한 움직임으로 상대 허를 찌르는 패스와 드리블을 구사했다.

또 탁월한 공간 창출 능력과 자신감을 바탕으로 거리에 관계없이 날카로운 슈팅을 수차례 날리며 공격을 주도했다. 전반 25분 상대 오른쪽 측면을 돌파한 후 수비수 2명을 가볍게 제치고 때린 슈팅은 골로 연결되지는 않았지만 구자철의 진가를 보여준 장면이었다.

이날 맹활약으로 대표팀에 23년 만의 아시안컵 첫 경기 승리를 선물한 구자철은 특급 유망주로 기대를 모았지만 성인 무대에서는 동갑 기성용(22·셀틱)이나 한살 터울의 이청용(23·볼턴)에 가려 상대적으로 주목을 덜 받았다. 지난해 남아공월드컵에도 참가하지 못했다.

하지만 지난해 소속팀 제주를 준우승에 올려놓고 광저우 아시안게임 대표로 활약한 후 조광래호에 승선했다. 특히 소속팀에서 주로 수비형 미드필더로 활약하던 것과 달리 대표팀에서 처진 스트라이커로 낙점 받으며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게 됐다.

구자철은 경기 후 “아직 처진 스트라이커가 내 포지션이라고 하기엔 많이 부족하다. 앞으로 더 보완해야 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날 1승을 기록한 한국(승점 3점, 골득실 +1)은 인도를 4대 0으로 꺾은 호주(승점 3점, 골득실 +4)에 이어 조 2위를 기록했다. 최약체 인도와 경기를 남겨두고 있어 특별한 이변이 없는 한 조 2위까지 주어지는 8강 진출 티켓을 사실상 확정했다고 볼 수 있다. 한국은 14일 오후 10시 15분 우승 후보로 꼽히는 호주와 C조 두 번째 경기를 치른다.

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