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잡기 비상] 정부, 가격 담합 등 행위 강력 단속 왜?
입력 2011-01-11 21:15
원자재값 오르면 기다렸다는 듯 줄인상 행위 제재
정부의 물가대책 과녁은 ‘과다·편승 인상’ 제품이다. 국제 원자재가격 상승을 감안해도 지나치게 가격 상승 폭이 큰 제품이 있다는 판단이다. 정부는 업체들이 관행처럼 국제 원자재가격 상승분을 반영하면서 편법을 일삼고 있다고 본다.
조사는 속전속결로 이뤄진다. 적발된 불법·탈법에는 강력한 행정 처벌을 내릴 방침이다. 다만 정부가 금리 인상이라는 근원 처방을 내놓지 않고 ‘가지치기’만 한다는 비난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엉터리 가격’ 손본다=11일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조사대상 목표물을 크게 3가지로 분류하고 있다. 인상 요인보다 과다하게 값을 올린 제품, 아직 인상 요인이 없는데 가격을 올렸거나 올릴 예정인 제품, 담합 등 편·불법이 의심되는 제품이 그것이다. 정부는 대표적으로 음료, 라면·과자, 두부, 석유류, 수입 유모차를 지목하고 있다.
가격 인상을 예고하고 있는 과자류의 경우 원가에서 설탕이 차지하는 비중은 4.5%, 밀가루 비중은 8.0%다. 설탕값은 최근 9.8% 올랐다. 설탕값 인상 폭을 원가 비중으로 환산하면 과자류 가격의 인상 요인은 0.44%에 불과하다.
라면도 마찬가지다. 라면의 경우 밀가루가 원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9.6%다. 밀가루값은 국제 밀 가격에 따라 움직이는데 밀가루에서 밀이 차지하는 원가 비중은 70%다. 최근 국제 밀 가격이 지난해 1월 대비 67.51% 오른 것을 반영하면 밀가루 가격 인상 요인은 47.25%다. 이를 다시 원가 비중을 감안해 라면에 적용하면 라면의 가격 인상 폭은 4.5%에 그친다.
하지만 국내 밀가루값은 오르지 않았다. 라면값을 올릴 이유가 없는 셈이다. 제분업체 관계자는 “밀가루 가격인상이 불가피하지만 아직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일부 제과·제빵업체가 밀가루 가격 인상조짐을 핑계로 값을 올리고 있는데 밀가루 비중이 적은 데도 업체들이 호도하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두부는 이미 지나치게 올렸다는 눈초리를 받고 있다. aT(농수산물유통공사)가 6개 주요 두부 브랜드(국산콩 사용) 가격을 조사한 결과 업체마다 인상폭이 제각각이다. 값을 올리지 않은 곳도 있다. 인상 요인이 없는 데도 값을 올렸거나 과하게 올린 정황이 엿보인다는 것이 정부 분석이다.
◇속도전 펼친다=개별 제품 가격을 잡겠다고 나선 데는 정부의 고민이 담겨 있다. 공공요금 동결 말고는 마땅한 물가 통제 수단이 없기 때문이다. 기준금리 인상은 한국은행 소관이라 함부로 감놔라 배놔라하기 어렵다고 호소한다.
이 때문에 개별 품목의 원가를 분석하고, 가격 인상 요인을 뛰어넘어 값을 올리는 업체에는 압력을 넣겠다는 것이다. 물가 상승 자체를 봉쇄할 수는 없지만 상승 폭이나 속도를 조절하겠다는 생각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공정거래위원회를 앞세워 대규모 직권조사에 돌입했다. 공정위는 가격 담합 등을 조사해 결론을 내기까지 걸리는 시간을 통상 6∼12개월에서 4개월로 대폭 줄일 예정이다. 발 빠르게 대응해 물가 불안 요인을 철저하게 틀어막겠다는 전략인 셈이다.
김찬희 기자 c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