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바집 로비 의혹] 강희락·김병철 통해 총경 등 소개받아

입력 2011-01-12 00:30

‘함바집(건설현장 식당)’ 운영권 브로커 유모(65·구속)씨가 경찰 간부들에게 접근하고 인맥을 구축하는 수법이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

경찰청이 11일 밝힌 총경 이상 간부들의 자진신고 내용에는 유씨가 경찰 간부들에게 접근하는 방법이 비교적 자세하게 드러나 있었다. 유씨는 경찰 윗선과 인맥을 쌓은 뒤 하위 조직에 압력을 넣었다. 현직 경무관과 총경 2명이 이런 식으로 유씨와 접촉했다. 유씨를 소개해준 쪽은 강희락 전 경찰청장과 김병철 울산지방경찰청장이다.

김철준 부산경찰청 차장은 2006년 부산 해운대경찰서장 시절 강 전 청장(당시 부산청장)의 소개로 유씨와 처음 만났다. 강 전 청장이 “내가 잘 아는 사람이 찾아갈 테니 만나보라”고 한 것이다. 김 차장을 찾아온 유씨는 부산 기장군 건설현장의 함바집 운영권을 따내기 위해 현장소장을 소개해 달라고 부탁했다.

지난 10일 검찰 조사를 받은 충남경찰청 소속 김모 총경도 2006년 당진서장으로 있을 때 강 전 청장(당시 경찰청 차장)의 전화를 받고 서장실에서 유씨와 만났다. 유씨는 서장들에게 “강 전 청장을 통해 민원을 해결할 수 있다”고 과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차장에겐 “강 전 청장을 만나러 가는데 부탁할 건 없느냐”고 물었고, 감찰 조사로 어려움을 겪던 김 총경에겐 “강 전 청장에게 말해 잘 해결해 주겠다”고 약속했다고 한다.

지난 9일 검찰 조사를 받은 대구경찰청 소속 김모 총경은 서장 시절 김병철 울산청장의 부탁으로 유씨와 접촉했다고 신고했다. 정황상 유씨와 접촉한 경찰 간부는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

유씨는 또 모 지방자치단체장의 출신 지역 향우회를 활용해 지자체장과 인맥을 만들었다. 유씨의 로비 명단에 오른 것으로 알려진 수도권 전직 자치단체장 A씨는 “유씨가 재인충남도민회(인천지역 충남향우회) 조모(54) 회장과 동업하면서 내 이름을 팔아 ‘호가호위’하려 한 것 같다”고 했다. 조씨는 충남 서천 출신으로 중소 건설업체 대표다. A씨는 “향우회 일이 있어 조씨를 몇 번 만난 적은 있지만 유씨는 본 적 없다”고 했다. 유씨가 두 사람의 관계를 알고 A씨의 위세를 사업에 이용했다는 설명이다. 조씨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유씨가 나를 통해 여권 유력 인사와 친분이 있는 것처럼 행동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정두언 최고위원도 2003년 서울시 부시장 시절 유씨를 만났다고 했다. 정 의원은 “거절할 수 없는 사람 부탁으로 만난 적은 있다”며 “딱 보기에 브로커 인상이어서 더 만나지 않았다. 그런 사람 만나고 그러는 공직자는 넋 나간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전웅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