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前정권 레임덕 살펴보니… 盧 정권 때도 여당이 공격

입력 2011-01-12 00:24


한나라당이 정동기 감사원장 후보자에 대해 자진사퇴를 요구한 사건을 놓고 이명박 대통령의 레임덕이 시작된 게 아니냐는 논란이 거세게 일고 있다. 역대 어느 정권이든 시기와 양상에 다소 차이가 있을 뿐 레임덕은 오게 마련이다. 5년 단임제에서 대개 3, 4년차에 다가오는 레임덕은 숙명과 같다는 얘기도 있다. 레임덕의 징후 내지 요건은 몇 가지가 있는데 크게 여당을 비롯한 내부로부터의 공격, 각종 권력형 비리 사건 발생, 여권 내 강력한 차기주자의 부상, 고급 정보의 야당 쪽 유출 등이 꼽힌다.

특히 노무현 정부를 비롯해 과거 정부에서는 집권 3, 4년차 때 대통령이 소속 정당으로부터 압박을 받는 것을 기화로 레임덕이 시작됐다. 여기에 측근 비리 등이 더해지면서 권력누수 현상이 가속화하는 현상을 빚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당시 집권당인 열린우리당으로부터 자주 공격을 받았다. 김승규 국정원장 사퇴와 후임 인선 문제, 전효숙 헌법재판관 지명 철회 사태, 대연정 파문, 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 임명 강행 등이 단초가 됐다.

특히 2005년 10·26 국회의원 재선거 뒤 개최된 열린우리당 중앙위원-국회의원 연석회의에서는 “대통령이 신(神)이냐. 당이 왜 자기 색깔을 내지 못하고 청와대만 따라가느냐”(문학진 의원), “청와대가 당정 분리 원칙을 지킨다고 강조했지만 진짜 중요한 사안은 전부 청와대의 결정을 따랐다”(이호웅 의원), “청와대에서 국민의 목소리를 가로막는 사람을 쇄신해야 한다”(우원식 의원)는 등의 발언을 비롯해 청와대에 대한 성토가 쏟아졌다. 요즘 한나라당 내부 분위기와 유사한데, 그 당시를 노 대통령의 레임덕이 본격화한 기점으로 보는 견해가 많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잇단 비리 사건과 여당 내 구주류-신주류 간 내분으로 레임덕 현상을 더 빨리 맞았다. 임기 4년차 후반부인 2001년 가을 진승현, 정현준, 이용호 등 ‘3대 게이트’에 휘말린 데 이어 권노갑 최고위원에 대한 사퇴 요구 등 동교동계를 향한 개혁파의 공격이 가열되면서 집권 환경이 악화됐다. 권력의 추와 정보가 야권으로 몰리면서 결국 아들 홍업, 홍걸씨 형제가 구속되기도 했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소장은 “심각한 레임덕은 내부의 공격으로부터 온다”며 “내부 이반이 레임덕을 심화시키는 가장 큰 원인”이라고 진단했다. 최 소장은 “이 대통령도 그랬듯이, 매우 중요한 자리에 최측근을 심어 버리면 다른 인사를 아무리 잘해도 비판의 포화를 맞게 된다”면서 “이번 인사를 반면교사로 삼지 않으면 2차 파도를 맞고 ‘이반의 도미노 현상’ 등이 벌어져 레임덕의 블랙홀로 빠져 들어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 대통령 레임덕이 시작됐다고 보는 건 시기상조라는 반론도 있다. 이헌환 아주대 법대 교수는 “행정부의 정책집행에 대한 여당의 견제를 정치적 의도에서 평가하면 레임덕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상호견제라는 관점에서 본다면 충분히 자연스럽게 발생할 수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김호경 유성열 기자 hk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