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역 불똥… 독거노인들, 점심 도시락 끊겨 고통

입력 2011-01-11 20:57


강원도 횡성군 서원면에서 홀로 사는 윤모(80) 할머니는 요즘 날된장과 김치 몇 조각만으로 간단히 끼니를 때운다. 벌써 3주째다.

구제역 탓에 마을 출입이 통제되면서 매주 화요일마다 횡성군종합사회복지관으로부터 배달되던 반찬과 점심 도시락이 끊겼기 때문이다.

윤 할머니는 11일 본보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음식도 음식이지만 사람이 그립다”고 말했다.

윤 할머니는 “하루빨리 구제역이 사라져 반찬 배달 오는 사람들도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면서도 “자식 같은 소가 죽을까봐 마을사람들이 집밖을 나서지 않고 있는데 나이 든 내가 먹고 싶은 게 있어도 좀 참아야지”라고 말했다.

구제역 한파가 전국을 휩쓸면서 산간오지 마을에 살고 있는 노인들이 그 어느 겨울보다 고단한 삶을 이어가고 있다. 구제역 확산을 막기 위해 마을 출입이 통제돼 독거노인을 위한 점심 도시락과 반찬 배달이 차질을 빚고 있기 때문이다.

강원도 횡성군종합사회복지관은 지난해 12월부터 지금까지 전체 대상자 150명 중 100명에게 도시락과 밑반찬을 배달하지 못하고 있다.

이지윤 사회복지사는 “가구 대부분이 산간오지에 위치해 차량을 이용하지 않고서는 배달이 불가능하다”며 “차량 출입이 통제된 지역은 마을 내 종교단체나 부녀회에 어르신들의 식사를 챙겨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고 말했다.

홍천군은 구제역이 발생한 남면 지역의 출입이 통제되면서 지역 내 노인이 사는 10가구가 매일 배달되던 도시락을 받지 못하고 있다. 철원군도 배달을 맡고 있는 금학봉사회로부터 동송읍 오지리 노인가구 2곳에 도시락을 배달할 수 없다는 통보를 받고 대책 마련에 고심 중이다.

매주 수요일마다 밑반찬을 챙겨 300여명의 독거노인들에게 전달해 온 충북 괴산군 자원봉사센터는 12일부터 반찬 배달을 중단키로 했다. 이에 센터는 빵과 우유 등 간식을 이동통제초소를 통해 전달할 계획이다.

이주미 괴산군 자원봉사센터 사무국장은 “구제역 발생 지역인 사리·청안면의 10∼20가구 노인들에게는 인근 초소나 마을 경로당에 부식과 간식을 갖다놓을 방침”이라며 “다음주부터는 배달횟수를 줄이고 한 번에 제공하는 간식 양을 늘리는 방법을 강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춘천·괴산=정동원 이종구 기자 cd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