黨靑갈등 ‘2라운드’… “노무현 시절 청와대 보는 것 같다”

입력 2011-01-11 18:01

전날 정동기 감사원장 후보자 자진사퇴를 요구했던 한나라당 지도부는 11일 자제 모드였다. 안상수 대표를 포함해 당 최고위원들은 하나같이 말을 아꼈다. 한 핵심 당직자는 “우리가 청와대와 각을 세우거나 싸우자고 얘기한 게 아니다”며 “민심을 전달하는 역할에 충실한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와 여당 모두를 위해 정 후보자에게 거취 표명을 요구한 것일 뿐 대통령의 인사권을 건드린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한 최고위원은 “전날 청와대에 최대한 예의를 갖췄어야 했다”며 절차와 관련해 뒤늦게 아쉬움을 표하기도 했다.

하지만 당 지도부와 달리 물밑에선 친이명박계나 친박근혜계와 상관없이 청와대 참모 반응에 상당히 불쾌해하는 기류가 감지된다. 친이계 핵심 의원은 전날 청와대 홍상표 홍보수석이 여당 지도부의 결정에 유감을 표명한 것을 언급하며 “어떻게 차관급 인사가 집권 여당의 대표를 향해 유감스럽다 운운할 수 있느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친박계 주성영 의원은 “자숙하고 반성하며 사태를 바로 잡아 나가야 할 청와대 참모들이 지금 책임을 당에 떠넘기고 있다”며 “이런 태도야말로 레임덕을 가져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현기환 의원도 평화방송 라디오에 출연, “(현재 청와대 참모들의 모습은) 과거 노무현 대통령 시절의 청와대 모습을 보는 것 같다”며 “당과 청와대 간 소통 시스템을 만드는 데 열중해야 하지 않느냐”고 말했다.

당에서는 이번 일을 계기로 당·청 관계가 정상화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남경필 의원은 MBC 라디오에 나와 “정상적이지 못했던 당·청 관계가 비로소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다”며 “지난 전당대회에서 청와대에 무조건 따라가지 않겠다고 했던 약속을 지도부가 이제 지켜나가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또 다른 초선 의원은 “구중궁궐 청와대와 달리 여당은 매일 민심을 접하는 집단 아니냐”며 “청와대와 정 후보자는 더 이상 민심에 역행하지 말고 순응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나래 기자 nar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