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 정동기 파문] ‘與 쇼크’ 이대통령 침묵모드… ‘MB웨이’ 어디로

입력 2011-01-11 18:20

이명박 대통령이 정동기 감사원장 후보자 ‘사태’에 말을 아끼고 있다. 이 대통령은 11일 청와대에서 서울 주요 20개국(G20) 회의와 관련된 합동 보고회의를 주재했지만, 정국 최대 현안인 정동기 사태는 언급하지 않았다. 이 대통령의 침묵은 그만큼 충격이 크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 대통령은 지난 연말부터 여러 차례 “올해는 일하는 해”라고 강조해왔다. 총선·대선과 같은 대형 선거가 없기 때문에 정치적 고려 없이 국정운영에 전념할 수 있다는 논리였다. 이례적으로 세밑에 ‘12·31 개각’을 통해 인사를 마무리한 것도 새해 새롭게 출발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올해 신년화두도 단숨에 일을 해내겠다는 뜻을 가진 ‘일기가성(一氣呵成)’을 선정했다. 하지만 전날 ‘여당 발(發) 반란’으로 이런 구상은 치명상을 입었다. 인사권이 흔들리면 국정운영 전반이 흔들리게 된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인사권은 대통령의 고유권한인데 여당이 정면으로 치받은 격”이라며 “이 대통령과 핵심 참모들의 충격이 큰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에서 들이친 정동기 파문 외에 구제역 확산, 물가 상승, 전셋값 대란 등도 이 대통령에게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구제역과 물가로 인해 민심이 악화되고 있다는 보고가 이 대통령에게 몇 차례 올라갔다”고 전했다.

이 대통령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집권 후반기 구상을 가다듬어야 할 상황에 처했다. 정치적 여건이 악화되더라도 ‘국정운영에 전념하겠다’는 당초 구상을 밀고 나갈지, 아니면 국정운영 방식에 변화를 줄지를 판단해야 한다.

두 가지 모두 쉽지 않은 선택이다. 이 대통령이 ‘원래대로 고(Go)’를 외칠 경우 청와대와 한나라당의 거리는 더욱 멀어질 수 있다. 제2의 반발 가능성도 커지게 된다. 반대로 국정운영 방식에 변화를 주려면 야당을 포함해 국회와의 관계를 근본적으로 재설정해야 한다. 청와대 관계자는 “아직은 대통령의 결심이 나올 단계로 나가지 않았다”며 “당분간 상황 변화를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남도영 기자 dy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