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 정동기 파문] 임태희 가시방석… 인사검증 또 구멍

입력 2011-01-11 18:20

임태희 대통령실장이 곤혹스러운 상황에 처했다. 정동기 감사원장 후보자 사태를 계기로 한나라당 내부에서 청와대 참모진의 보좌 기능을 문제 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임 실장은 청와대 참모진을 책임진 위치에 있다. 친박계 중진인 이경재 의원은 11일 KBS 라디오에 출연해 “최근 몇 개월 동안 몇 차례에 걸쳐서 이런 실수를 반복한다”며 “인사 검증라인에 정말 문제가 있다”고 비판했다. 임 실장은 지난해 7월 8일 대통령실장에 내정됐고 이후 ‘8·8 개각’, 김관진 국방부 장관 임명, ‘12·31 개각’ 등 세 차례 인사에서 이명박 대통령을 보좌했다.

그런데 8·8 개각에서는 김태호 총리, 이재훈 지식경제부 장관, 신재민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 등 3명이 낙마했고, 이번에는 정동기 감사원장 후보자가 사실상 낙마 수순에 몰려 있다. 임 실장이 지난해 8월 개각 이후 청와대 인사검증시스템을 개선하며 대책을 마련했으나, 전관예우 문제 등을 제대로 걸러내지 못한 셈이다. 임 실장이 이 대통령에게 건의해 집권 후반기 핵심 국정철학으로 채택된 ‘공정 사회’가 결국 부메랑이 되고 있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인사나 정책 현안마다 야당으로부터 ‘공정한가’라는 물음이 나오고, 그 답변이 궁색해지는 상황이 되풀이되고 있다는 것이다.

나경원 최고위원은 SBS 라디오에 출연, “인사시스템이 개방적이지 않은 부분이 가장 큰 문제점”이라며 “실제적으로 인사시스템이 폐쇄적으로 이루어지다 보니까 이런 문제가 있었다”고 비판했다.

여당 내 일각에서는 임 실장과 정 후보자가 경동고 선후배라는 점을 비판하는 의견도 나온다. 친이계 소장파 의원은 “로펌에서 고액을 받았던 이재훈 장관 후보자 낙마 사례도 있었는데, 비슷한 사태가 계속되는 이유를 규명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한나라당 수도권 친이계 초선의원은 “정 후보자가 그만두면, 당연히 인사 과정의 책임자가 누구인가라는 얘기가 나오지 않겠는가”라며 “청와대 참모들이 구중궁궐에 갇혀 민심을 전혀 모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나라당이 임 실장을 포함한 청와대 참모진을 본격적으로 흔들겠다는 생각은 아닌 듯하다. 당·청 갈등이 불거진 상황에서, 대통령의 참모들을 계속 공격할 경우 부담이 너무 크다는 판단 때문이다. 여권 관계자는 “지금 청와대 참모진의 책임론까지 거론하면 상황이 심각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현재 여당의 문제 제기에 공식적인 반응을 하지 않고 있다.

김나래 기자 nar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