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과 붓, 손이 하나된 순간 전통 서예는 현대 회화와 만났다… 허회태 ‘이모그래피(Emography)’ 展

입력 2011-01-11 17:29


서예가 허회태(54)는 ‘이모그래피(Emography)’의 창시자다. 이모그래피는 Emotion(감정)과 Graphy(그림 형식)의 합성어로 전통 서예와 현대 회화가 결합된 새로운 예술 장르를 뜻한다. 작가는 2006년 독일 베를린 주재 한국문화원과 2009년 미국 버지니아, 뉴욕 등 전시를 통해 언론과 평단의 주목을 받았다. 한 번의 붓질로 화선지 위에 천 가지 형상을 담아내는 작업이 이채롭다.

전남 순천 출신인 그는 서예가이자 한학자인 백부(강헌 허영재)에게서 다섯 살 때부터 글씨를 배웠다. 중학교 때는 성균관대 휘호대회에서 최고상을, 고교 때는 전남도전 일반부에 입선하는 등 실력을 뽐냈다. 대학 시절엔 5만원권 신사임당 영정을 그린 이종상 석좌교수에게서 인물화를 배웠다. 기운생동의 다양한 필법을 담고 있는 그의 작품은 역동적이다.

작가는 하나의 작품을 완성하기까지 숱한 실패를 거듭한다. 일필휘지로 단번에 그려내야 하는데 조금이라도 멈칫거리거나 잡념이 생기면 실패하기 십상이다. 작업이 잘 되지 않아 버려지는 화선지가 작업실 가득 산을 이룰 정도. “순간의 붓질이지만 이를 위해 며칠 동안 구상하고 연출하고 외워야 해요. 먹과 붓과 손이 일치해야 비로소 좋은 작품이 나오거든요.”

그가 서울 압구정동 윤당 갤러리에서 2월 14일까지 ‘이모그래피’ 전시를 연다. 열정으로 그린 이모그래피 작품 21점과 LED를 이용해 빛으로 빚어낸 신작 3점, 전각 작품 52점 등 총 76점을 선보인다.

힘들고 지치지만 희망을 잃지 않는 사람들의 모습을 명(明)자형 인체로 표현한 ‘삶의 고뇌’, 때로는 휘몰이로 때로는 자진모리로 판소리의 한 대목을 들려주는 것 같은 ‘득음’, 시청각을 동원해 분출하는 느낌을 살린 ‘탄성’, 하회탈을 쓰고 있는 사람들을 배경으로 호쾌하게 웃는 이미지를 그린 ‘웃음’ 등이 관람객들에게 삶의 환희를 선사한다(070-7735-2277).

이광형 선임기자 g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