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글속 세상] 함께 잠자고 먹고… “매와 마음의 대화 나누죠”

입력 2011-01-11 20:45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 매사냥 무형문화재 박용순 응사

“훗!”

매사냥꾼 박용순(54) 응사(鷹師)의 호령에 하늘로 박차 오른 매가 응사의 팔뚝 위에 사뿐히 내려앉는다. 매서운 부리와 발톱에 날카로운 눈빛은 금방이라도 먹잇감을 낚아챌 기세다.

매사냥의 경지에 오른 사람을 응사, 응사가 지내는 곳을 응방이라고 한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전통 매사냥의 명맥을 잇는 사람은 박 응사를 포함해 단 두 명뿐. 두 칸 남짓의 폐 농가를 개조한 ‘고려응방’(대전시 이사동 소재)은 박 응사와 매들의 보금자리다. 그는 보라매, 송골매, 황조롱이 등 6마리의 매와 함께 이곳에 산다.

매와 응사의 동거는 상상을 초월하는 과정이다. 야생의 DNA를 타고난 매가 인간과 어울리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박 응사는 “매의 마음을 읽어야 한다”며 “매가 응사를 동반자로 인식하려면 보통의 정성으로는 불가능하다”고 강조한다. “처음 매를 받을 때부터 숙식을 함께합니다. 늘 함께하는 거죠. 밤에 잘 때도 등불을 켠 채 팔베개를 하고 재웁니다. 두려움이 가득하던 매도 정성을 다할수록 점차 응사를 인정합니다.”

일각에서는 매를 사냥에 동원하는 것이 동물학대라고 비난한다. 하지만 이는 매와 응사의 관계를 몰라서 생긴 오해라는 게 박 응사의 설명이다. “강제로 잡아두려 하면 주인을 떠나 날아가요. 극도로 사랑해야 사람 곁에 남습니다.”

박 응사가 무형문화재로 등록된 지도 11년째. 하지만 후계자가 없다. 현행법상 응사만 천연기념물인 매를 소유할 수 있고 일반인들은 매를 키울 수 없기 때문이다. 박 응사는 지난해 말 날아든 희소식에 새로운 희망을 품고 있다. 지난해 11월 케냐 나이로비에서 열린 제5차 무형유산 정부간위원회에서 한국, 아랍에미리트연합, 프랑스, 스페인 등 11개국이 공동 신청한 매사냥이 유네스코(UNESCO) 인류무형유산에 등재된 것이다. 이번 등재로 한국은 중국과 일본을 제치고 동북아 매사냥의 원류로 우뚝 서게 됐다.



“매사냥에 대한 관심이 많아지겠죠? 전통계승을 위해 제도적 장치도 함께 마련되면 좋겠습니다.” 이른 아침 박 응사가 다시 응방을 나선다. “훗!” 창공으로 매가 날아올랐다.

사진·글=강민석 선임기자 minseo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