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출판] 무인도 삶 지탱해준 희망·위로 언어는 성경에 쓰여있었다
입력 2011-01-11 18:08
로빈슨 크루소/대니얼 디포 지음, 케네스 맥비티 엮음, 홍종락 옮김/생명의말씀사
고립무원이 된 한 인간이 고난과 역경을 통해 자신을 향한 하나님의 섭리를 깨달아가는 종교적 성찰 과정을 그린 영적순례기이다.
1719년 4월 25일, 런던 문학계에 혜성처럼 등장한 이 이야기는 출간 후 수없이 재인쇄돼 판본만 헤아리기도 어려울 정도로 영국인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저자 대니얼 디포(Daniel Defoe·1660∼1731)는 자신의 파란만장한 생애에서 벌어진 일들을 놀라운 상상력을 발휘해 멀리 떨어진 섬에다 옮겨 놓았다. 독자들을 외딴 섬으로 데려가 자신과 동일한 경험을 하게 하고 같은 고민과 생각을 하게 만든다. 독자들은 빚쟁이들에게 쫓기는 당대의 문필가의 절망스러운 세월과 악명 높은 뉴게이트 감옥의 죄수로 보낸 그의 어두운 시절이 무인도 이야기에 그대로 투영되고 있음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저자 내면의 고뇌와 영적 여정이 알레고리 형식으로 펼쳐지는 이야기는 구성과 내용 면에서 지금까지 알려진 것과 다른 것이 있다. 우리가 알고 있는 로빈슨 크루소 이야기는 3부작으로 이루어진 원작에서 1부에만 해당된다.
원작은 주인공이 무인도에서 구조된 이후 다시 도전했던 두 번째 모험을 비롯해 무인도 생활 당시 정리한 다양한 묵상과 통찰들이 담긴 3부작으로 구성됐다. 이번에 출간된 책은 1부 로빈슨 크루소의 생애와 놀라운 모험, 2부 로빈슨 크루소의 또 다른 모험, 3부 로빈슨 크루소의 무인도 명상록의 핵심내용을 한 권의 책으로 묶었다. 모험담의 틀 안에서 빛나는 원작의 도덕적 영적 교훈을 제대로 맛 볼 수 있다.
‘로빈슨 크루소의 생애와 놀라운 모험’엔 주인공의 28년에 걸친 무인도 생활 속 사건을 주로 다루고 있지만 저자는 전작을 통해 심원한 종교적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했다. 저자는 일생을 통해 깨달은 두 가지 진리, 즉 어떤 실패에 처해도 믿음만 있으면 하나님과 인격적인 관계를 누릴 수 있다는 점과 사람은 다른 사람을 존중할 줄 알아야 한다는 점을 흥미진진한 서사구조를 통해 세상에 선포하고자 했다.
또 저자는 역경을 극복하는 용기의 원천이 모두 성경에 있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고독한 환경 속에서 더 행복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강조했고, 하나님은 자신의 존재를 드러냄으로써 고독한 환경에서 오는 부자유와 고립된 생활에서 오는 결핍을 충분히 보상해 주신다는 것을 담았다.
책에서 주인공 로빈슨 크루소는 우연히 펼쳐든 성서에서 “환난 날에 나를 부르라 내가 너를 건지리니 네가 나를 영화롭게 하리로다”(시50:15)라는 말씀을 읽는다. 이 구절의 첫 부분이 그가 처한 경우와 아주 잘 들어맞았기 때문에 그 구절은 그의 마음에 깊은 인상을 주었다. 그는 하나님이 그곳에서 능히 자신을 구하실 것이라고 믿기 시작했다. 또 어느 날 아침 마음이 무척 우울했던 주인공은 성경을 펼쳐 “내가 너를 떠나지 아니하며 버리지 아니하리니”(수1:5)란 구절을 읽는다. 그 순간부터 그는 버림받고 고독한 상태에서 얻는 행복이 이 세상 어떤 특정한 신분으로도 얻을 수 없는 행복이란 것을 확신했다. 저자는 무신론자로 등장한 주인공이 신앙과 소망을 갖고 성실하게 노동하면서 인종을 차별하지 않고 사랑을 실천하는 과정 속에 차츰 불굴의 신앙인으로 변모되는 과정을 보여준다. 영국 청교도정착의 정신사를 읽는 즐거움을 맛볼 수 있다. 전작 수록본의 출간은 문헌학적인 면에서나 모험담으로만 인식되고 있던 기독교 고전의 재발견이란 의미가 있다. 또 이해와 내면화를 도와주는 20여장의 세밀 판화도 흥미롭다.
이지현 기자 jeeh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