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적? 걱정마세요… 우린 공부하는 축구 선수예요”

입력 2011-01-11 17:28


‘운동·성적’ 두마리 토끼 잡는 인천 남동초 축구부

최근까지 초·중·고교생들이 축구나 야구 등 학교 운동부에 들어간다면 대부분 학부모·시민들의 반응은 “운동을 하면 공부를 못한다. 공부 못하면 운동해야한다”는 생각에 운동부 가입에 부정적이었다. 하지만 적어도 이제 축구에서는 이런 말이 나오지 않을 듯 하다. 공부하는 축구선수를 만들기 위한 노력이 계속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30일 찾아간 인천 만수동 남동초등학교. 이 학교 축구부 학생들은 이날 오전 9시부터 두 시간씩 보충수업을 받고 오후에는 학교 운동장이나 인근 잔디 구장에서 축구 연습을 하고 있었다. 아이들의 표정은 밝았다. 그도 그럴 것이 축구를 하면서 오히려 학업 성적이 더 좋아졌기 때문이다.

이 학교 5학년 김건표(11)군은 지난 기말고사에서 평균 96.8점을 받았다. 최상위 성적이다. 사회와 과학 영어는 100점 만점을 받았고, 국어와 수학도 92점을 받았다. 김군은 “운동을 하고 있기 때문에 수업시간에 더욱 집중하고 있다”면서 “축구도 재미있고 공부도 더 잘돼 방과 후에 운동을 하는데도 전혀 힘들지 않다”며 웃었다. 김군은 “학기 중에도 목요일과 금요일, 점심시간에 선생님께서 시간을 내 영어를 가르쳐줬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처음에 학업을 소홀히한다는 이유로 축구부에 들어가는 것을 반대했던 학부모들도 이제 인식이 많이 달라졌다고 한다. 5학년 김지하(11)군은 “2009년 초 축구부에 가입하겠다고 이야기했더니 어머니가 ‘가면 공부 못한다’고 반대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하지만 김군은 축구를 하면서 공부에 더욱 집중해 당시 평균 점수가 86점이었지만 이번 기말고사에서는 94점을 맞았다. 김군은 “엄마께 공부도 열심히 하겠다고 약속하고 축구부에 들어왔는데 성적이 오르니까 이제 어머니가 오히려 격려해주신다”고 말했다. 김군은 “앞으로 축구도 열심히 하고 공부도 열심히 해 좋은 대학도 가고 프로에 가서 박지성 같은 큰 선수가 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실제 남동초 축구부는 학교의 도움과 학생들의 노력으로 ‘운동과 성적’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고 있다. 지난해 이 학교 축구부 6학년중 3명이 평균 90점대를 기록했으며, 2학기 중간 고사에서는 3명이 전교 1등을 비롯해 전교 10위 안에 들었다.

이 학교 이정훈 체육부장은 “우리학교에선 축구부 방학 특별 학습지도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면서 “학교 자체 부진아 지도 프로그램과도 연계해 축구선수 중 학습이 부진한 학생들을 별도로 지도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학생 선수들에 대한 관리가 학교 교사와 축구부 코치진의 유기적인 공조로 이뤄지고 있다. 이현규 남동초 축구부 감독은 “수업시간에 집중력이 떨어지는 학생 선수들은 담임 선생님으로부터 별도로 연락을 받게 된다”면서 “이들에 대해서는 축구부 내에서 리프팅 운동 등 집중력에 도움이 되는 운동을 집중적으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감독은 “무엇보다 학생들의 공부를 우선시하고 있다”면서 “축구를 하다보면 학업에 좋은 운동이 아주 많다”고 덧붙였다. 축구부의 학교 성적이 좋아지다보니 2009년 50명이었던 축구부는 지난해 65명으로 크게 늘어났다.

이같은 노력의 결과로 남동초 축구부는 ‘2010 초중고리그’ 초등학교 왕중왕전 3위라는 성과를 냈다. 또 지난달 14일 대한축구협회(KFA)가 선정한 ‘2010 초중고리그’ 모범팀상을 받았다. 학생 선수 중에서도 6학년 김연빈(12)군은 지난 학기 평균 99점이라는 놀라운 점수로 전교 1등을 차지하며 우수인재상을 수상했다.

이렇듯 문화관광체육부와 교육과학기술부, 대한축구협회는 ‘공부하는 운동선수 키우기’라는 목표로 2009년부터 학기 중 전국대회 개최를 완전히 폐지했고, 토너먼트식으로 진행되던 경기도 지역리그제와 연말 왕중왕전으로 전환했다. 학생선수들이 평일 수업을 받고 방과 후 오후나 방학 중에 훈련해 수업이 없는 방과 후나 주말에 지역리그에 참가하도록 했다. 초·중·고 축구 대회 때문에 걸핏하면 1∼2주씩 수업을 빼먹는 것을 당연시하고, 수업은 안들어도 된다는 인식을 완전히 없애기 위한 조치였다.

정부는 공부하는 운동선수를 만들기 위해 현재 축구에서 실시되는 주말리그를 올해부터는 고교야구에서도 실시하도록 했다. 학기 중 대회를 전면 폐지하고 토·일요일과 공휴일에 경기를 치르는 주말리그로 전환된다는 것이다. 정부와 각 구기종목 단체는 농구, 배구 등 나머지 구기 종목도 점진적으로 주말리그로 전환해 학생 선수들의 수업권을 보장할 계획이다.

인천=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