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 해외 영토 넓힌다] “중국에 제2의 삼성 건설”… 年 10억 달러 이상 투자

입력 2011-01-11 17:51


(2) 중국삼성, 최고 외자기업으로 부상

새해 들어 중국삼성이 경영목표로 내세운 ‘중국 내 제2의 삼성 건설’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강호문 삼성 부회장은 지난 5일 베이징에서 중국삼성 대표로 취임하자마자 이튿날 곧바로 삼성전자 톈진(天津)법인을 찾았다. 삼성의 현역 해외 지사·법인장 중 유일한 부회장급인 강 부회장의 현장 경영은 시작부터 강행군일 만큼 그 긴장감이 팽팽하다.

◇‘절대품질’은 우리 손에=지난 6일 베이징에서 승용차로 2시간 거리인 톈진 삼성전자 생산법인 ‘톈진TV생산라인(TSEC)’. 소한(小寒) 추위로 바깥 최저기온은 영하 7∼8도에 머물렀다. 하지만 공장 내부는 열기가 후끈했다. 잔잔한 기계음과 함께 생산직 근로자들의 숙련된 손놀림은 쉴 새 없이 이어졌다. 직원들의 마음가짐을 반영하듯 공장 내 벽면에는 ‘細心(세심·꼼꼼하고), 精心(정심·심혈을 기울이고), 用心(용심·주의력을 집중하고)’이란 표어가 붙어 있었다.

막 현장 경영에 나선 강 부회장의 격려 때문인지 근로자들의 표정은 더욱 진지하고 활기차 보였다. TSEC 제조팀 근로자 한량(韓亮·22)은 “부회장님이 취임하자마자 직접 생산현장을 방문해 격려하니 우리도 힘이 난다”며 “더 좋은 품질의 제품을 만들어 조금이나마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이들 손에서 하루 동안 3DTV 등 TV 1만대, 모니터 3만대가 생산된다.

같은 건물에 있는 국제품질인증연구소가 눈에 띄었다. 지난해 설립된 이곳에선 중국 현지에서 직접 개발·생산되는 TV, 모니터, 카메라, 휴대전화 등 제품의 안전성 검사를 한다. 또 유해 전자파 등으로부터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한 자체 시험을 담당하고 있다. ‘절대품질’ 확보를 위해서다. 중국삼성이 현지에서 자체적으로 기술개발에 필요한 인프라를 구축한다는 전략에 따른 것이다.

톈진에만 TV, 모니터, 휴대전화, 카메라 등을 생산하는 삼성 생산법인이 13개나 있다. 2만여명의 임직원이 2009년 이미 100억 달러의 매출을 기록했다. 지난해 결산이 아직 이뤄지지 않았지만 전년보다 매출이 30% 정도 늘어난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중국 현지기업으로 뿌리 내려=강 부회장은 취임 일성으로 “21세기 기업의 생존은 중국에서의 성패에 좌우될 것”이라며 ‘중국 내 제2의 삼성 건설’에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제2의 삼성 건설은 중국을 생산기지·판매시장으로만 보는 게 아니다. 연구개발, 디자인, 생산, 판매의 일괄 경영체제를 완성함으로써 중국 현지기업으로 뿌리내리게 해 영속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중국삼성은 최근 연간 10억 달러 이상씩 계속 투자하고 있다. 특히 연구·개발(R&D) 역량의 현지화를 제2의 삼성 건설 핵심으로 보고 투자를 집중하는 상황이다. 중국의 현지 상황에 맞고 중국의 규격과 표준, 소비자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서다. 중국삼성은 현재 4800여명의 R&D 인력만 2015년까지 7000여명으로 늘리고, 지난해 1억8000달러였던 투자 규모도 2015년엔 3억 달러로 확대할 계획이다.

이 같은 투자에 힘입어 현지 고용인력도 급증하고 매출도 고속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2006년 5만5000여명에 불과했던 임직원은 지난해 8만5000여명으로 늘었다. 중국 대륙에서의 매출도 2006년 203억 달러에서 지난해 400억 달러로 급증했다. 홍콩 대만까지 합치면 중화권 전체 매출은 500억 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현재 중국삼성은 삼성전자 등 24개 관계사로 구성돼 있으며, 154개 거점을 확보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최대 글로벌 공급기지인 중국에서 전 세계에 판매되는 삼성전자 제품의 50% 이상이 생산·공급된다. 가전 휴대전화 반도체 LCD 등 거대한 소비주체로서 중국 시장의 중요성도 날로 커지고 있다.

◇최첨단 제품 및 사후 서비스로 내수시장 선도=중국에서 일반 소비자들에게 ‘삼성’ 브랜드는 이미 첨단·고급제품 이미지로

통한다. 가격이 조금 비싸도 삼성 제품이라서 구입하겠다는 고객이 늘고 있다. 중국삼성도 ‘첨단기술 좋은 제품’으로 기업이미지 목표를 삼고 있다. 특히 프리미엄 제품 시장에 주력함으로써 내수시장 경쟁력을 획기적으로 강화하고, 제조 부문에서 절대적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반도체 LCD 등 삼성의 핵심기술을 응용한 첨단기술 제품을 선행적으로 출시해 품질·성능·기술·고객만족 등에서 확실한 차별화를 추구하겠다는 방침이다.

농촌시장 등을 겨냥한 저가제품 라인업 강화전략 등도 병행하고 있다. 중국에선 아직도 농촌인구가 전체인구의 50%가 넘는 7억명에 달해 결코 간과할 수 없는 시장이다. 이들 중 냉장고 세탁기 TV 등에서 삼성 브랜드를 선호하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 따라서 중국삼성은 주요 대도시와 연안 위주로 돼 있는 영업 거점을 농촌·내륙으로 확대함으로써 내수 확대를 꾀한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충분한 AS망 확충 등 완벽한 사후 서비스로 차별화를 이룩하겠다는 전략이다.

톈진=오종석 특파원 js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