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역 44일 사투, 공무원 희생 잇따라… 사고·과로로 사망도
입력 2011-01-10 21:48
경북의 구제역 사태가 44일을 넘기면서 여성 공무원 3명이 유산했거나 유산위기를 겪는 등 공무원들의 눈물겨운 희생도 잇따르고 있다.
10일 경북도에 따르면 A시의 임신한 30대 공무원은 구제역 발생 이후 초소 근무와 약품 배포로 밤샘 근무를 하다 지난해 12월 유산했다. 다른 여성 공무원 1명은 유산위기에 처해 가료중이며, 또 다른 1명은 상태가 호전돼 유산위기를 넘긴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고령군 고령보건소에 근무하는 곽석순(46·여)씨는 지난 4일 쓰러져 병원으로 옮겼으나 1주일째 의식불명 상태다. 지난해 12월 군위군 김운찬 농정과장(54)은 얼굴근육 마비와 함께 과로로 쓰러져 입원했다.
영양군 김경선(37)씨와 안동시 금찬수(50)씨는 방역초소에서 근무 중 사고와 과로로 숨져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또 영양군청의 산림축산과 공무원 심재길(36)씨는 지난달 5일 결혼식을 올렸지만 신혼여행을 포기하고 한 달 넘게 방역업무에 몰두하고 있다.
공무원들은 추운 겨울에 힘든 방역근무를 하고 있지만 구제역 사태를 종식시키지 못해 이 같은 어려움과 슬픔을 제대로 표현하지도 못하는 실정이다.
살처분 현장에 동원된 한 공무원은 “구제역 발생을 막지 못했다는 자괴감에 축산농민들에게 고개조차 들지 못하고 있다”면서 “주민들이 땔감을 넘겨주며 고생한다는 말을 전할 때 큰 위안이 된다”고 말했다.
김창곤 경북도구제역방역대책본부 홍보반장은 “구제역 조기종식으로 축산업을 재건하겠다는 사명감으로 열심히 근무하고 있지만 결과가 좋지 않아 축산농민을 비롯한 도민들에게 죄송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대구=김재산 기자 jskimkb@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