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하원의원 총격 사건] “독설 난무하는 정치문화 변해야”
입력 2011-01-10 18:48
미국 애리조나주에서 8일 오전(현지시간) 발생한 가브리엘 기퍼즈(민주) 연방 하원의원에 대한 총격사건의 충격파가 만만치 않다.
민주당과 진보 진영은 범행 용의자인 제러드 리 러프너(22)를 극우주의자로 몰며 보수주의를 몰아붙이고 나섰다. 반면 공화당과 보수 진영은 러프너를 ‘사이코패스(반사회적 인격장애자)’의 미친 짓으로 치부하며 정치적 파장을 최소화하는 데 주력하는 모습이다.
미 NBC방송은 ‘결국 이번 사건으로 미국의 정치 담론 세태가 도마 위에 오르게 됐다’고 보도했다. 9일 방영된 NBC방송 프로그램 ‘미트 더 프레스’에서 공화당 트렌트 프랭크스 의원(애리조나주)은 “범인은 인간의 생명에 대한 존경심이 없는 미치광이”라고 비난했다. 하지만 민주당 딕 더빈 의원, 공화당 이매뉴얼 클리버 의원 등은 정치인과 뉴스 매체의 무절제한 폭언이 개인의 난폭한 행동을 부추겼다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비극을 계기로 남을 해치거나 비방하는 모질고 악독한 말을 자제하는 등 정치문화를 쇄신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사건 발생 지역을 관할하는 클레런스 듀프니크 보안관도 “독설은 표현의 자유일 수도 있지만 그 대가가 없지는 않다”고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세라 페일린 전 알래스카 주지사를 겨냥한 책임론이 부상하고 있다. 페일린 전 주지사는 지난해 봄 건강보험개혁 법안에 찬성투표를 한 기퍼즈 의원 등 민주당 의원 20명을 ‘낙선 대상 살생부’에 올렸다. 그는 이어 이들 지역구 지도를 사격 타깃을 연상시키는 십자선 과녁 모양으로 표시해 자신의 페이스북에 게시했다. 총격사건 후 페일린 전 주지사의 페이스북에서 이 지도는 사라졌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9일 이번 사건 사망자와 중상자를 위해 미국 동부시간으로 10일 오전 11시(한국시간 11일 오전 1시) 전국 동시적으로 묵념 시간을 가질 것을 호소했다.
미국 의회는 12일 상·하원 합동 회의를 열고 신변 경호문제와 유사 사태 재발방지를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 방안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한편 이번 사건으로 숨진 9세 소녀 크리스티나 그린(사진)은 9·11테러 때 태어나 ‘희망의 얼굴’로 선정된 아이 중 한명이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그는 2001년 9월 11일 펜실베이니아주 웨스트그로브 지역에서 출생했다. 평소 밝고 총명했으며 초등학교 학생회 간부를 맡았던 그린양은 이날 행사에 참석했다가 변을 당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9일 보도했다.
이동재 선임기자 dj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