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하원의원 총격 사건] “용감한 시민 4명이 범인 추가 난사 막았다”

입력 2011-01-10 21:15

용감한 시민 4명이 더 큰 피해를 막았다. 미국 애리조나주 투산에서 발생한 가브리엘 기퍼즈 연방 하원의원 피격사건 당시 이들 시민이 테러범을 제압해 피해가 더 커지지 않았던 것으로 파악됐다.

ABC방송 등 미 언론은 9일(현지시간) 기퍼즈 의원 등에게 권총을 난사한 범인 제러드 리 러프너(22)를 제압한 빌 배저, 로저 슐츠개이버, 조지프 자무디오, 파트리샤 마이쉬 등을 소개했다. 언론에 따르면 러프너는 8일 오전 기퍼즈 의원의 정기적인 행사인 ‘유권자들과의 만남’(Congress on your corner)에 참석했다. 행사 시작 10분쯤 지나 기퍼즈 의원이 유권자와 대화할 때쯤 러프너는 권총을 난사했다.

러프너가 권총에 장전된 실탄 31발을 다 쏜 뒤 추가 총격을 시도하려고 할 때 현장에 있던 배저 등 남성 3명이 합세해 러프너를 넘어뜨렸다. 넘어진 러프너가 새 탄창을 꺼내려 하자 이번엔 61세 여성인 마이쉬가 달려들어 탄창을 빼앗았다. 74세의 배저 등은 러프너를 붙들고 있다가 출동한 경찰에 넘겼다.

기퍼즈 의원실 인턴 대니얼 에르난데스(20)가 총상을 입은 기퍼즈 의원을 헌신적으로 응급조치한 사실도 뒤늦게 알려졌다.

현재 기퍼즈 의원은 중태다. 투산대 의료센터는 이날 브리핑을 갖고 “총알이 기퍼즈 의원의 좌뇌를 관통했다”면서 “응급수술 이후 기퍼즈 의원은 의식이 없지만 손가락을 움직이는 등의 신체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기퍼즈 의원 피격사건을 계기로 미국 내에서도 가장 관대한 애리조나주의 총기 소유법이 도마에 올랐다. 애리조나주는 21세 이상이면 특별허가 없이 총기를 소지할 수 있도록 했고, 자기 주에서 제조 보유되는 총기엔 연방정부의 규제를 면제하는 법을 지난해 통과시켰다.

러프너의 경우 마약용품 소지 경범죄로 체포된 적이 있으며, 아돌프 히틀러에 지지를 표명한 행동으로 경찰의 주목을 받고 있었다. 그런데도 그는 구경 9㎜ 반자동 권총을 구입할 수 있었다. 이와 관련해 폭스뉴스 등은 기퍼즈 의원 역시 총기 소유 권리를 지지하는 입장이었다고 전했다.

한편 미 연방수사국(FBI)과 지역 경찰은 이번 사건을 러프너의 단독 범행으로 잠정 결론짓고 범행 동기를 집중 캐고 있다. 미 언론은 애리조나주 최초 유대계 하원의원인 기퍼즈 의원이 오바마 행정부의 의료보험 개혁안에 찬성하고, 애리조나주의 강력한 이민법에 반대한 게 러프너의 반(反)유대주의에 불을 지핀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번 사건과 백인우월주의 및 반(反)이민 성향 단체와의 연관성은 아직 밝혀진 게 없다. 다만 러프너가 2007년 기퍼즈 의원과 유권자 간 만남의 행사에 참석하는 등 오래전부터 테러를 계획했음이 드러났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