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기 불가” 회오리] 청와대 “유감스럽다”… 與입장 전달 방식에 발끈
입력 2011-01-10 21:37
청와대가 10일 한나라당의 정동기 감사원장 후보자 부적격 결정에 내놓은 첫 공식 반응은 “유감스럽다”였다. 여당이 보여준 ‘절차와 방식’에 대한 유감 표명이었고, 한나라당이 청와대에 입장을 통보한 지 7시간 만이었다.
이러한 입장은 임태희 대통령실장 주재 하에 진행된 관계 수석 회의 끝에 내려졌다고 한다. 한나라당이 청와대와 사전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부적격이라는 결정을 내리고, 이를 청와대에 통보하는 방식으로 일을 진행한 것에 대한 불쾌함이다. ‘집권여당이 청와대에 이럴 수가 있느냐’는 뜻이다.
청와대는 지난주부터 ‘정 후보자에 대한 한나라당 내부 기류가 심상치 않다’는 분위기는 감지했다. 그러나 최고위원회의가 전격적으로 부적격 결정을 내릴 것으로는 미처 짐작하지 못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들은 9일 오후까지도 “정 후보자에게 법적인 문제가 없다는 기본 입장에 변화가 없다.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해명될 수 있는 사안”이라고 말했었다. 이명박 대통령도 한나라당의 통보 이후에 관련 사실을 보고받았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진 셈이다.
청와대가 유감을 표명한 것은, 일단 조기 레임덕에 대한 우려라는 해석이 나온다. 한나라당이 일방적으로 통보하고 인사권자인 이 대통령이 이를 수용하는 모양새를 취할 경우, 조기 레임덕 논란이 확산될 수 있다. 문제는 다음 수순이다. 비록 청와대가 유감을 표시했지만, 정동기 카드를 고집하긴 힘든 상황이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한나라당이 반대하는 이상 정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는 사실상 물 건너갔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홍상표 홍보수석도 브리핑에서 정 후보자 거취와 관련, “그런 문제를 논의할 단계가 아니다”라고 유보적인 태도를 취했다. 청와대가 일단 한나라당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이후 정 후보자의 거취가 결정되는 2단계 해법을 구상한 게 아니냐는 분석이 유력하다. 청와대 다른 관계자는 “이제 정 후보자가 알아서 판단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남도영 기자 dy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