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바집 로비 의혹] 브로커 유씨, 영·호남 인사 안가리고 접촉한 듯

입력 2011-01-11 01:00

검찰이 ‘함바집’ 비리에 연루된 정·관계 인사 중 강희락 전 경찰청장을 10일 첫 피의자로 소환조사하면서 수사를 본격화했다. 검찰은 강 전 청장에 대한 혐의 입증을 자신하고 있다. 함바집 운영업자인 브로커 유모(65)씨와 접촉한 의혹을 받고 있는 인사들의 혐의 내용도 구체적으로 거론되고 있다. 여기에 국회의원과 전·현직 광역단체장의 이름까지 줄줄이 거론되면서 이번 사건이 여야 정치권을 강타하는 대형 게이트로 번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검찰은 소환된 강 전 청장을 상대로 2009년 유씨로부터 1억여원을 받았는지, 유씨를 해외로 도피시키려 했는지 등에 대해 추궁했다. 검찰은 강 전 청장에 대한 사법처리 수위가 결정되면 의혹이 불거진 인사들을 차례로 소환키로 했다. 서울동부지검은 수사팀에 검사 2명을 보강하며 본격적인 소환작업에 대비했다.

검찰 관계자는 10일 “수사 대상에 오른 사람이 예상보다 많다”면서 “수사도 꽤 오래갈 것 같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검찰 내에서도 이번 수사가 어느 선까지 이어질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청와대 비서진에 이어 현 정부 핵심인사와 여권의 거물급 정치인들의 이름까지 거론되자 대형 게이트로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청와대 민정수석실 배건기 감찰팀장과 최영(59) 강원랜드 사장에 이어 영남권 현역 국회의원 2명의 이름도 구체적으로 거론되고, 전직 광역단체장까지 검찰의 사정권 안에 들면서 수사가 여권을 강타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의혹이 불거진 경북지역 A의원은 “나는 유씨를 모른다. 실명이 거론되면 절대 가만있지 않을 것”이라고 강력 부인했다. 부산지역 B의원도 “유씨는 전혀 알지도 못하고, 내 동생도 유씨와 전혀 접촉한 일이 없다”고 말했다. 전직 광역단체장 C씨 역시 “내가 유씨 같은 사람을 만날 정도로 한가하지 않았다”며 “업자들끼리 다투다가 나를 끌어들였다고 짐작하는데 전혀 무관하다”고 일축했다.

그럼에도 워낙 거물급 인사들이 거론되고 있어 파장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검찰 관계자는 “유씨가 접촉한 인사들은 호남과 영남 쪽에 두루 퍼져 있어 누가 걸려들지 모른다”고 말했다. 유씨가 현 정부 출범 후 여권 인맥을 쌓기 위해 주력했다는 얘기가 많아 수사가 현 여권을 집중 겨냥할 가능성도 있다. 누가 유탄을 맞을지 모른다는 얘기다.

한편 유씨 변호를 맡은 법무법인 ‘서정’ 측은 “정치적으로 파장이 커져 더 이상 변호를 하는 게 적절치 않다”며 변호인을 사임한 것으로 전해졌다.

강창욱 임세정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