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바집 로비 의혹] 유씨 리스트 누가 올랐나… 고위인사 10여명 더 드러날 가능성
입력 2011-01-10 21:30
‘함바집’ 운영권 비리 의혹의 열쇠를 쥐고 있는 브로커 유모(65·구속)씨가 검찰에서 80∼100여명에 달하는 고위 인사의 이름을 진술했고 그중 30여명이 집중 수사 대상인 것으로 10일 알려졌다.
유씨가 실명을 밝힌 인사는 전·현직 경찰 고위 간부, 국회의원, 청와대 인사, 전·현직 고위 관료, 공기업 사장, 광역자치단체장, 건설사 대표 등 정·관계와 재계를 망라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미 언론 등을 통해 이름이 공개된 전·현직 고위 인사가 20여명인 점을 감안하면 앞으로 10여명의 폭발력 있는 인사가 더 공개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그러나 자포자기 심정인 유씨가 서운한 감정을 품었던 인사들의 이름을 집중 거론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돼 유씨 진술에만 의존할 경우 검찰 수사가 용두사미로 전락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른바 ‘함바 리스트’에 포함된 인사들은 두 가지 경로를 통해 검찰에 포착됐다. 하나는 유씨 진술이고, 다른 하나는 유씨의 수첩 기록이다. 유씨는 만난 사람의 이름을 주소록처럼 빼곡하게 수첩에 기재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연차 게이트’ 당시 수사에 결정적 역할을 했던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 여비서 이모(33)씨의 다이어리는 돈을 준 사람과 전달 장소, 시기 등이 정확하게 기록돼 있었다.
그러나 유씨 수첩에는 그런 정황 없이 이름과 연락처 등만 적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따라서 유씨로부터 정·관계 인사들에게 돈을 줬다는 진술을 얻어낸 뒤 이를 뒷받침하는 다른 증거를 확보하는 데 주력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유씨가 이름을 댄 80∼100명 중 금품수수, 청탁 등의 가능성이 적은 50∼70명을 수사 대상에서 사실상 제외한 것으로 알려졌다. 압축된 30여명이 집중 수사 대상에 오른 것이다.
현재까지는 전·현직 경찰 고위 간부 이름이 10여명으로 가장 많다. 강희락 전 경찰청장과 함께 근무했던 전직 고위 경찰 간부 이름뿐 아니라 현직 경찰 간부의 실명도 경찰청 주변에서 나돌고 있다.
현 정부 고위 인사들의 실명이 함바 리스트에 기재됐다는 설은 수사 초기부터 끊이지 않았다. 또 실명이 공개됐으나 혐의를 강하게 부인하고 있는 고위 인사들 중 일부는 검찰 소환을 피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유씨를 만난 적 있는 정·관계 인사들은 검찰 측에 자신의 무관함을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 인사들은 유씨의 진술에 촉각을 곤두세우면서 검찰 수사 정보를 얻기 위해 안테나를 세우고 있다는 후문이다.
전웅빈 기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