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 첫 전문계고 출신 학생의 안타까운 죽음… “수업 못따라가 괴롭다”

입력 2011-01-10 21:44

전문계고 출신으로 입학사정관제를 통해 카이스트(KAIST)에 합격한 학생이 대학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어 획일적 대학교육 과정이 아까운 인재를 앗아갔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다양한 분야에서 재능을 가진 학생을 뽑아 놓고 신입생 간의 수학능력을 고려하지 않은 채 수업을 진행, 낙오자를 만든 것 아니냐는 설명이다.

10일 대전 둔산경찰서 등에 따르면 지난 8일 오후 11시32분쯤 대전 유성구 KAIST 내 건물 보일러실 앞에서 A군(19)이 세워져 있던 오토바이 위에 엎드린 채 숨져 있는 것을 이 학교 대학원생이 발견, 경찰에 신고했다.

A군은 2007년 국제 로봇 올림피아드 한국 대회에서 대상인 과학기술부 장관상을 받은 데 이어 2008년에는 국제 로봇 올림피아드 세계 대회에서 3등에 오르는 등 초등학교 2학년 때부터 로봇 경진대회에 60여 차례 참가해 뛰어난 실력을 보여 왔다.

‘로봇박사’로 불렸던 A군은 인문계고교를 다니다 로봇을 전문적으로 연구하고 싶다는 생각에 로봇 기능 전문계고로 전학했고, 지난해 KAIST의 입학사정관 전형을 통해 입학했다.

주위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입학했지만 대학생활은 녹록지 않았다. 수업이 영어와 수학, 과학 성적만으로 뽑힌 전국 수재들의 눈높이에 맞춰졌기 때문이다. 특히 영어로 진행되는 미적분학 수업은 “어려워 따라가기가 벅차다”고 자주 토로했을 정도다. 입학 전 수학능력을 길러준다는 브리지 프로그램과 과목수강에 어려움이 있는 신입생을 위한 튜터링 프로그램도 큰 도움이 되지 않았다.

A군은 이번 학기 일부 과목에서 학사경고를 받았고 이 때문에 많은 고민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대학 관계자는 “입학사정관제로 입학한 학생들은 특정한 분야에 능력을 발휘하고 있지만 수학이나 물리, 화학 등 기초 과목의 수학능력이 일반 학생들과 차이를 보이고 있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대전=정재학 기자 jhje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