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암기못하나, 왜 죽먹나’ 수십차례 구타… 순직의경 가혹행위 사실로

입력 2011-01-10 18:17

충남지방경찰청은 순직한 의무경찰에 대한 가혹행위 사건과 관련, 당시 소대 선임 홍모(전역)씨 등 2명에 대해 폭력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현직 경찰관 4명과 다른 의경 선임자 등 15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10일 밝혔다.

경찰은 지난해 6월 ‘급성 혈액암(백혈병)’으로 숨진 박모(21) 의경이 복무 중 구타에 시달렸다는 유족들의 주장에 따라 진상조사단을 구성, 수사를 벌여 왔다.

경찰에 따르면 홍씨는 박 의경이 암기사항을 제대로 외우지 못한다는 이유로 버스에서 10여 차례 폭행했다. 또 중대본부 선임 김모(전역)씨는 박 의경이 중대장의 속옷을 잃어버렸다며 보일러실에서 수차례 때린 혐의를 받고 있다. 다른 선임 정모(전역)씨와 취사부 선임 이모(전역)씨는 내과에 다녀온 박 의경이 “병원에 다녀와 속이 안 좋다, 죽을 먹어야 한다”고 말하자 욕설과 함께 5∼6차례 폭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선임 의경들이 후임들에게 가혹행위를 한 사실을 알고도 묵인하거나 방조한 소속 중대장 등 경찰관 4명을 직무유기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박 의경은 2009년 4월 2일 의무경찰로 자원입대해 충남경찰청 소속 부대에서 근무하던 중 지난해 1월 2일쯤 급성 백혈병 진단을 받고 투병하다 같은 해 6월 30일 숨졌다. 그러자 박 의경의 유족은 지난해 12월 31일 모 인터넷 사이트 토론방에 박 의경이 복무 중 선임들로부터 상습 구타에 시달리다 스트레스로 불치병에 걸려 사망했다는 글을 게시했다.

사건이 불거지자 경찰청은 전·의경 구타 및 가혹행위 근절 대책을 내놨다. 우선 전·의경 가족의 인터넷 카페에 ‘인권침해신고센터’를 개설키로 했다. 신고센터가 운영되는 포털 사이트 카페는 ‘전·의경 부모모임’(회원 수 7000여명)과 ‘전·의경 가족 전국모임’(3500여명), ‘전·의경 사랑 부모모임’(1900여명) 3곳이다.

경찰은 카페 회원을 신고센터 운영위원으로 위촉하고, 구타·가혹행위 사례가 접수되면 운영위원을 통해 전달받아 조사에 착수할 계획이다.

경찰은 또 전·의경의 힘든 근무 여건이 가혹행위를 유발하는 것으로 보고 현재 주 53시간인 평균 근무시간을 48시간 이내로 줄이고 급식비와 간식비를 인상하는 등 근무환경 개선도 추진키로 했다. 이달 중 경찰청에 전·의경 상담을 전담하는 여경을 배치해 인권 관련 여론도 수렴할 예정이다.

천지우 기자, 대전=정재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