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영어평가 텝스 응시료 24억, 대행사 대표가 갖고 튀었다
입력 2011-01-10 21:19
서울대가 개발한 국가공인 영어능력 평가 시험인 텝스(TEPS)의 응시원서 접수 대행사 대표가 응시료 24억여원을 빼돌려 도주한 사실이 1년여 만에 드러났다. 서울대는 텝스 이미지 실추를 우려해 횡령당한 사실을 숨긴 채 돈을 찾기 위해 백방으로 뛰어다녔던 것으로 알려졌다.
모 벤처기업 대표 장모(45)씨는 2009년 10∼11월 응시료 전액과 12월 응시료 일부인 24억원을 챙겨 같은해 12월 29일 가족과 함께 홍콩을 통해 필리핀으로 도주했다. 그는 텝스 원서접수 및 응시료 수납을 대행하는 업체 대표였다.
장씨 회사는 텝스 시행 초기인 2001년부터 대행 서비스를 맡았으나 응시료를 기한 내 입금하지 않는 등 불성실한 태도로 서울대의 불만을 사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서울대는 대행업체 공개 입찰을 실시, 2009년 6월 다른 업체를 선정하고 장씨에게 통보했다. 새로 뽑힌 회사는 2010년 1월부터 대행 서비스를 맡았다.
서울대 관계자는 “장씨가 2009년 11월부터 응시료를 입금하지 않았고 연락이 안 됐다”면서 “업체 직원과 힘들게 연락이 닿으면 ‘우리도 장씨와 연락이 되지 않는다’는 말만 되풀이했다”고 말했다.
서울대는 도주 사실을 뒤늦게 깨닫고 지난해 1월 5일 장씨를 서울중앙지검에 업무상 횡령 혐의로 고소했고 장씨의 여권 무효를 신청했다. 또 장씨가 횡령한 돈을 되찾기 위해 서울중앙지법에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