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시민 뜻 묻자”… 서울 무상급식 주민투표 가능할까
입력 2011-01-10 21:20
오세훈 서울시장이 10일 주민투표를 제안한 것은 무상급식 논쟁을 마무리하기 위해 단체장으로서 내놓을 수 있는 ‘마지막 카드’로 풀이된다. 무상급식을 둘러싼 서울시와 시의회의 갈등이 장기화되는 상황을 막기 위해 시민의 뜻을 물어 결정하자는 취지라는 설명이다.
오 시장은 “이 방법이 아니면 (무상급식 전면 실시를) 막을 방법이 없다는 절박한 상황인식 때문에 주민투표를 제안했다”고 말했다. 시정협의 중단, TV 토론 제안 등 앞서 오 시장이 내놓은 ‘강온 전술’은 모두 무산됐다.
그러나 이미 무상급식 전면 실시를 위한 관련 법령을 만들고 예산안을 통과시킨 서울시의회 민주당 측은 이 제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혀 실제 주민투표가 성사될지는 불투명하다.
◇주민투표 가능성은=주민투표는 지방자치단체장, 지방의회, 주민 청구 등으로 이뤄질 수 있다. 오 시장 등 단체장이 청구한 경우 지방자치법상 지방의회 재적의원 과반수 출석과 출석의원 과반수 동의를 받아야 한다.
그러나 3분의 2가 넘는 의석을 차지한 시의회 민주당 측이 반대 의견을 분명히 하고 있어 이 방법은 실현 가능성이 낮다. 민주당 측은 기자회견을 열고 “관련법상 제안 자체에 중대한 하자가 있는 사안을 놓고 수백억원이 들어가는 주민투표를 실시할 수 없다”고 밝혔다. 현행 주민투표법 7조 2항은 지자체의 예산 등에 대한 사항은 주민투표에 부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특히 민주당 측은 “개인적인 대권 행보에 여념이 없다보니 서울 민심은 등한시한다”고 꼬집었다. 최근 오 시장이 민주당의 복지 정책을 ‘망국적 복지 포퓰리즘 시리즈’라고 비판한 데 이어 주민투표를 제안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는 것은 대선 후보로서 입지를 다지려는 전략이라는 주장이다.
시의회 동의를 구하지 않고 주민투표가 실시되려면 주민 청구가 있어야 한다. 주민투표 청구권자 총수의 20분의 1 이상이 서명을 통해 해당 지자체장에게 주민투표 실시를 청구하는 방식이다. 서울의 주민투표 청구권자 836만83명 중 5%인 41만8005명 이상의 서명을 받아야 주민 청구가 가능하다.
◇주민투표 선례는=지자체에서 주민투표를 실시한 사례는 지금까지 세 차례 있었다. 첫 주민투표는 2005년 7월 27일 제주도를 하나의 광역단체로 단일화해 기초자치단체를 제주시와 서귀포시 등 2개 시로 통합하고 기초의회를 폐지하는 안을 두고 제주도에서 실시됐다. 투표 결과 유효투표 수 14만5388표의 57%인 8만2919표가 이 안을 지지했다.
같은 해 9월 29일에는 청주시와 청원군에서 행정구역 통합에 대한 주민 의견을 묻는 투표가 진행됐으나 청원에서 반대표가 많아 통합이 무산됐다. 그해 11월 2일 전북 군산과 경북 포항, 경주, 영덕 등 4개 지자체가 방폐장 부지 선정과 관련해 주민투표를 벌여 경주가 방폐장 부지로 확정됐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